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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서 최선 다했다” 염경엽, 갈 곳 없이 나온 ‘진짜 사퇴’
입력 2016-10-18 07:59  | 수정 2016-10-18 08:06
시즌 막판 억측과 구설수로 맘고생을 했지만 염경엽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유종의 미"를 벼르며 최선을 다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더 많이 보고 배워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얻겠다.”
넥센에서의 4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염경엽 감독(48)은 분명히 그라운드로의 복귀를 다짐했다. 그러나 당장 갈 곳을 정해두고 나온 것이 아니다. 당분간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겠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염감독은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끝낸 직후 돌발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염감독이 고른 사퇴 발표시기와 장소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사실 염감독과 넥센 양측은 꽤 오래전부터 헤어짐을 준비해왔다.
오랜 고민 끝에 염감독이 구단에게 사퇴 결심을 밝힌 것도 전반기 직후. 구단은 시즌 중의 통보에 당혹했지만, 염감독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포스트 염경엽 구도를 준비해왔다. 내부적으로 새 감독 인선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4년 전 참신한 구단 넥센의 창의적인 발탁 인사로 시작된 넥센과 염감독의 ‘동행은 서로의 성장 후 각자의 길을 걷는 발전으로 끝맺음됐다. 그러나 양측이 감정 정리에 들어가면서 넥센-염경엽의 결별 조짐이 감지됐던 시즌 막판, 계약기간이 남은 염감독에게 현실성이 희박한 ‘타구단 이적설 등 섣부른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은 양쪽 모두에게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염감독의 사퇴 발표 직후 다시 근거 없는 타구단 감독 내정설이 떠도는가 하면, 이미 염감독 이후를 설계하고 있던 넥센 구단도 담담한 표정관리를 하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그러나 염감독은 갈 곳을 정하고 넥센을 나온 것이 아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최하위 전력으로 꼽혔지만,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시즌 내내 최선을 다했다”는 염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패한 후 정규시즌 3위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을 목표했는데 역량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스스로 별렀던 만큼의 ‘유종의 미에는 미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사령탑 4년째였던 염감독은 넥센 구단 안에서 한계를 절감하면서 사퇴를 결심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민했다. 염감독은 구단이 추구하는 이상과 내가 하고 싶은 야구에 차이를 느꼈다. 그렇다면 감독이 물러나는 게 맞다”고 구단과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들었던 간극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넥센에서 힘들었던 것보다 더 많이 행복했고 후회 없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다. 염감독은 시즌 막판 그를 괴롭혔던 타팀과의 사전 교감설 등 의혹을 크게 원망하면서 사퇴는 넥센 사령탑으로서의 순수한 결심”이라고 단언했다.
넥센은 현대와 LG에서 프런트, 코치를 거쳤던 염감독을 2012시즌 작전 주루코치로 영입한데 이어 2013시즌을 앞두고 신임 감독으로 전격 발탁했다. 염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팀을 안정적인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스타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했고 구단 역시 크게 성장했다. 다만 감독과 구단의 역량이 각자 커져가면서 오히려 이들의 시너지에 종말을 앞당겼다.
넥센에서의 4년 동안 어떤 악재 속에서도 다이내믹한 전력과 확실한 ‘가을야구를 책임졌던 염감독은 새 지도력을 고민하는 팀이라면 1순위로 고려할 만한 대형카드다. 그러나 kt와 삼성이 각각 김진욱감독과 김한수감독으로 신임감독을 선임한 데다 SK의 새 감독 인선 역시 상당히 진행된 이후여서 염감독이 ‘시장성 만큼 즉각적인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이와 함께 ‘염경엽 넥센 4년의 성취를 함께 했던 유능한 코치들의 거취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성장과 신인 발굴에서 평가가 높은 이들 중에는 구단이 붙들 코치들이 상당수지만, 타팀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보낼 경쟁력 있는 코치들도 적지 않다.
40대 젊은 감독이고 이제 첫 지휘봉을 내려놓은 직후인 염감독은 미래 설계에 조급하지 않다. 그라운드에 남은 목표와 꿈이 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1~2년 푹 쉴 수도 있다”고 말해 넥센에서 최선을 소진한 지금은 당장 피로도가 더 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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