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끊이지 않는 미공개 정보이용 논란
입력 2016-10-18 06:02 
[증권투자 비밀수첩-104] 17일 오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한미약품 서울 송파구 본사에 수사관 5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하기 전에 해당 정보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5분께 계약 파기와 관련한 정보가 카카오톡으로 돌아다녔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패스트트랙(조기이첩) 제도를 통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계약 해지를 알고 외부로 미리 유출한 이를 찾고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얻은 세력에 대해 집중 수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증권범죄'라고 일컫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크게 네 가지 분류로 나뉜다.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행위 등 3대 불공정 행위와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시장질서교란행위다.
 최근 금융당국의 조사가 집중되고 있는 미공개정보 이용은 회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회사의 기밀사항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거나 제3자에게 유포하는 것 등을 말한다. 시세조종은 소위 말하는 '작전'으로,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거래를 시키거나 돕기만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부정행위는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이외의 각종 사기성 행위를 말한다. 이 같은 3대 불공정거래 행위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 대상이 아닌 형사처벌 대상이다. 처벌 대상 투자금액의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투자금액과 관계없이 처벌을 받는다.

 강력한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3대 불공정거래 사건 가운데 미공개정보 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0.6%, 2013년 37.9%, 2014년 40.1%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조치 건수는 40건으로, 3대 불공정거래 사건 가운데 46.5%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증권사범에 대한 국내 사법당국의 처벌이 관대하기 때문에 증권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부문에서 전체 105건 가운데 75건(71.4%)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시위반, 허위 재무제표 공시, 회계정보 조작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 침해 범죄' 부문에서는 집행유예 선고율이 88.9%에 달했다.
 양형 기준보다 형이 감경되는 사례도 많았다.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사건의 경우에는 전체 사건 가운데 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비율은 12.4%인 데 비해 기준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된 비율은 그 배가 넘는 28.6%로 집계됐다.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한미약품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주범인 펀드매니저(전직 애널리스트) 양 모씨(31)와 한미약품 연구원 노 모씨(28)는 검찰에서 추징금과 함께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 또한 문제다. 미국은 미공개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주식거래는 전달 과정과 무관하게 내부자거래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보 전달 과정 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적발되더라도 실제 벌어들인 부당이득보다 범죄수익이 보수적으로 산출되고 재판에서도 대부분 1~3년 이하로 낮은 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증권사범들이 실형을 살고 나온 이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증권법학회 등 학계에서는 증권범죄 벌금 상한액(최대 5억원)을 높이고 양형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윤구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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