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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과 넥센, ‘창의적인 만남’과 ‘발전적인 이별’
입력 2016-10-18 06:01  | 수정 2016-10-18 18:16
넥센 염경엽감독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17일 준PO 4차전 직후 사퇴를 발표했다. 돌발 발표를 택했지만, 염감독과 넥센은 이미 시즌중 이별을 교감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창의적이었던 만남은 결국 발전적인 이별로 마무리됐다. 서로를 떼어놓고 ‘성장史를 얘기하기 힘든 넥센과 염경엽 감독(48)이 이제 ‘각자의 길에서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17일 잠실구장 L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패해 포스트시즌을 마감한 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했다.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넥센 선수들이 잘 준비해서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때는 오늘의 준플레이오프 패배가 또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자신이 주어가 아닌 ‘기대를 들려준 직후였다.
염감독이 고른 사퇴 발표시기와 장소는 돌발적이었지만, 사실 염감독과 넥센 양측은 지난여름부터 헤어짐을 준비해왔다. 염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4년동안 따뜻하게 응원해준 팬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구단스태프와 선수들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준 이장석 대표 등 두루 꼼꼼한 인사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구단에게 이미 이별을 고한 상태에서 ‘유종의 미를 준비하며 이번 포스트시즌을 치렀기 때문이다.
넥센은 현대와 LG에서 프런트, 코치를 거쳤던 염감독을 2012시즌 작전 주루코치로 영입한데 이어 2013시즌을 앞두고 신임 감독으로 전격 발탁했다. 스타출신이 아닌데다 작전 주루코치 출신 첫 KBO 사령탑이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선으로 꼽혔던 넥센과 염감독의 만남은 이후 ‘염갈량의 탄생과 넥센의 폭풍 성장으로 이어졌다.
부임하자마자 팀을 안정적인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염감독은 섬세하고 치밀한 작전야구와 길게 보고 크게 계획하는 용병술을 모두 보여주면서 경기에도 강하고 시즌에도 강한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의 안정과 함께 넥센 구단의 시스템 야구도 큰 성취를 거뒀다. 이장석 대표가 이끄는 카리스마 프런트는 구단 운영은 물론 선수단 운용에도 유기적으로 관여하면서 다른 구단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발전 모델을 완성해갔다.
다만 감독과 구단의 역량이 각자 커져가면서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버거운 부피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이들의 시너지에 종말을 앞당겼다. 경험이 쌓이고 감각을 축적한 염감독에겐 그의 야구철학을 보다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팀이 필요해졌고, 넥센 구단에겐 프런트의 구상과 시스템을 더욱 유연하게 뒷받침할 현장이 소망스러웠다.

염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야구관과 이상의 차이를 느낀 구단에 대해 단호한 소신을 보였다. 구단은 시즌 중의 통보에 당혹했지만, 내부적으로 염감독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포스트 염경엽 구도를 준비해왔다. 부지런히 저울질한 새 감독 후보 인선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후반기부터 염감독과의 이별을 대비하고 있었음을 인정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육성과 전력분석 시스템에 자신감이 있다. 구단의 장기 설계를 함께 할 참신한 인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기존 팀에서의 감독 경험이 없는 신임 사령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개막전의 암울했던 예상을 뒤엎고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한 ‘기적의 사령탑에서 하루아침에 ‘야인으로 변신한 염경엽 감독은 이 가을 야구판의 대형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넥센에서 증명해낸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탄탄해 새 지도력을 고려하는 팀이라면 1순위로 영입을 검토할 만한 카드다.
2012년 10월 넥센 감독으로 선임된 염경엽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13년 창단 6년째인 히어로즈를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2014시즌 후 총액 14억 원에 3년 재계약했고 2기 임기는 내년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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