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는 신고충이다”…300번, 교통위반차 신고한 사연은?
입력 2016-10-17 11:35  | 수정 2016-10-18 12:08

300건 이상 신고한 ‘신고충입니다.”
지난 4일 중고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대구박군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의 글이 올라왔다.
신고자를 낮춰 부르는 ‘신고충이라고 소개한 대구박군은 서울 구로구에서 서부간선도로를 이용해 마포구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교통위반 신고를 300건 이상 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보라매 공원에서 신정교에 이르는 구간에 위치한 사거리에서 1차선 좌회전 전용차선에서 직진하거나 4,5차선 우회전 전용차선에서 직진하는 위반 차들을 신고했다.
이 외에도 신정교 진입로, 목동교 진입로, 성산대교 진입로에 줄 서 있는 차들을 무시하고 가차선으로 진입로 앞까지 가서 차선변경금지 실선을 넘어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 좌회전이나 유턴 지점 직전에 황색보호 구역을 침범해 앞 차선으로 가거나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한 불법 유턴 차량 등의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넘겼다.

대구박군은 늘 비슷한 시간대에 출퇴근한다. 상습적으로 꾸준히 위반하던 차량들이 보였고, 같은 차량을 최고 6번까지 신고해봤다”며 상습위반차량들은 보통 2,3번 내게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썼다.
그에 따르면 신고를 한 덕분에 위반차량들이 어느 순간부터 위반하지 않고, 중앙선 침범 위반 차량이 많았던 구로디지털역 먹자골목입구 LPG 충전소 쪽에는 분리봉이 설치됐다. 최근에는 경찰관들이 아침부터 구로1교 좌우회전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근무 중이다.
신고 절차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덕분에 교통위반 목격자들은 과거보다 손쉽게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위반 적발 운전자들은 원망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신고자들을 ‘신고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구박군은 운전자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도, 작은 신고들을 통해 한국의 교통문화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MK가 ‘300건 이상 신고한 신고충 대구박군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통위반 차량을 신고하게 된 계기가 있나
신고 전에는 갓길로 달리는 차량이나 좌회전을 받으려고 길게 줄 서 있는데 얌체같이 끼어들기 하는 차들에 절대 양보해주지 않고, 사고 직전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상대방 운전자와 폭행사건까지 발생해서 마포경찰서까지 다녀온적도 있다. 무리하게 싸우기보다는 ‘신고를 통해 내가 늘 다니는 출퇴근길만이라도 위반차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꾸준히 신고하고 있다.
-신고는 어떻게 하나.
내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의 녹화 영상을 토대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한다. 점심시간 때 틈틈이 제보하는 편이다.”
-굳이 ‘신고충이라고 소개한 이유가 있나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보니 실제 나와 같이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신고를 당한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의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나만 신고당해서 억울하다는 식의 글이 종종 보인다. 그렇게 신고당한 사람들과 신고하는 사람들을 ‘신고충이라고 부르기에 조금 자극적인 제목으로 글을 쓰면 많은 이들이 보고 조심할 것 같아서 그렇게 썼다.”
-신고하는 게 귀찮거나 번거로울 거 같은데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신호위반, 불법 유턴 등으로 얼마든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그 사고에 내 가족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 귀찮더라도 꾸준히 신고하고 있다.”
-한국의 교통 및 운전자 문화에 대해 느낀 것이 있나
영국에서 길지 않은 시간 생활해봤다. 우리나라보다 신호체계나 차선체계는 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있던 지역이 작은 도시이기도 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1년 동안 딱 한 명이 발생했고, 지역신문에서 대서특필 될 정도로 큰 사건으로 다뤄졌다. 신호등이 없는 횡당보도에선 늦은 밤에도 모든 운전자가 우선멈춤을 하고,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개가 도로 한가운데 있어도 모든 차가 경적 한번 안 울리고 기다리더라. 외국과 한국의 위반차 처벌 강도의 차이도 분명히 있겠지만, ‘도로 위 여유의 차이였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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