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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정상호-유강남의 신구조화, 풍성한 LG의 가을
입력 2016-10-17 06:01 
LG 트윈스의 포수포지션이 풍성하다. 정상호(왼쪽)와 유강남이 만드는 신구조화가 연일 빛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LG 트윈스의 2016 포스트시즌 테마 중 하나는 바로 포수 포지션이다. 정상호(33)와 유강남(24)의 신구 안방마님 조화가 팀의 가을야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시작은 정상호였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LG와 4년간 32억 원에 계약했다. 부상이 많은 것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팀 내 약점요소인 포수 포지션에 경험과 안정감을 불어넣기 위해 단행됐던 조치.
하지만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평가는 박해졌다. 타율은 1할 대에 머물렀다. 각종 잔부상 역시 피하지 못했다. 출전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양상문 감독이 시즌 초에 구상했던 최소한의 역할도 해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를 영입한 뒤 보내게 된 보상선수 최승준이 SK에서 연일 장타력을 뽐내기 시작하자 LG 팬들의 심경만 복잡해져 갔다.
그렇게 시즌은 끝났고 정상호에 대한 평가도 끝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스트시즌 시작과 동시에 그의 존재감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 정상호는 와일드카드 2차전에 선발포수로 출전해 노련한 볼 배합으로 류제국의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도왔다. 타석에서도 끝내기의 발판이 되는 안타를 뽑았다. 다음 날 양 감독은 마음 속 MVP로 정상호를 지목했다.
끝이 아니었다. 정상호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번에는 소사의 시즌 최고 투인 6이닝 무실점을 함께 만들었다. 득점으로 연결된 깔끔한 안타도. 쐐기 점을 박는 희생타점도 그의 몫이었다.
유강남은 지난해부터 잠재력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올 시즌 정상호의 영입으로 입지축소가 예상됐다. 그러나 보란 듯이 경쟁에서 이겨냈다. 타격에서 재능을 보였으며 투수리드에 있어서도 성장세가 나타났다. 군필 자원으로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경쟁자 영입이 유망주인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평가.
긍정적으로 끝날 듯 싶었던 유강남의 2016시즌은 가을야구라는 암초를 만나게 되며 돌연 흔들리게 됐다. 우연인듯 아닌듯 그가 나온 와일드카드 1차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전부 패했다. 팬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경험부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큰 경기 선발출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연이어 제기됐다.

영건 유강남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은 상황과 부담.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출전해 승부를 결정짓는 투런 포를 터뜨리는데 성공했다.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선발투수 허프의 7이닝 1실점 역투도 함께 빚어냈다. 자신을 향했던 의심을 잠재운 경기내용과 결과.
유강남은 경기 후 솔직히 부담이 컸고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라며 경기 전날 분석 때문에 새벽 3시에 잠들었다”고 길었던 전날 밤을 떠올렸다. 이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후회 없이 해보자”고 다짐했음을 털어놨다.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기자회견 장에서의 유강남 얼굴은 다소간의 안도감과 긴장감이 섞여있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LG는 몇 년 째 포수 포지션에서 고질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흘러 일 년여가 지난 현 시점. 베테랑과 영건으로 대표되는 두 명의 안방마님이 LG의 가을야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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