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횡령해도 1년後 공시…투자자 우롱하는 기업들
입력 2016-10-16 17:10  | 수정 2016-10-16 21:19
가죽 제조업체 유니켐은 2013년 임직원 횡령·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1년 이상 늦게 공시했다. 지난해 중순에는 자신들이 출자한 법인이 회생절차 및 파산 관련 신청을 한 사실을 한 달 이상 지연 공시했다. 대출원리금 연체 사실과 유상증자 신주 발행 수를 크게 줄인 사실도 뒤늦게 알렸다. 최근 3년간 다섯 번이나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결국 관리종목으로 분류되면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가 9월 말 재개됐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가 다수의 바이오·제약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기면서 불성실공시 법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성실공시 법인이란 상장기업으로서 기업의 중요한 경영·재무를 비롯해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무사항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16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래소가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한 사례는 모두 215건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가 모두 138건에 달해 77건인 코스피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으로 불성실공시 법인 목록에 올린 기업들은 지정 사유도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현대페인트는 3년간 총 네 번이나 공시 의무를 어겼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전환사채 발행 결정 철회 △유상증자 결정 철회 △최대주주 변경 사실 지연 공시 등 사유도 다양하다. 지난 7월 회사 가압류 통지설과 관련해 거래소의 조회 공시에 답변하지 않은 중국원양자원은 2014년에도 두 번이나 불성실공시(유상증자·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 후 철회) 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에도 돌연 선박 건조대금 관련 500억원의 이자비용을 탕감받았다고 공시해 의혹을 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회 이상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대성합동지주 등 모두 11곳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된 공시 번복 사례가 빈번해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할 때 주의가 요구된다. 2014년 사채 발행 철회 지연 공시를 반복했던 리젠은 지난해 최대주주 변경 2건 및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1건을 허위 공시한 사유로 다시 한 번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M&A에 대한 기대감에 몰렸던 투자자들에게는 최대 악재가 발생한 것. 관리종목 지정 후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 리젠은 다음날 10% 이상 급락했다. 이 밖에도 세미콘라이트·씨엔플러스·에이티세미콘·에스아이리소스 등 20여 곳에 가까운 코스닥 상장사들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 또는 체결 후 취소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정공시를 통해 기업 인수 대상자가 변경되거나 인수대금 조정이 잦아지면 M&A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계약 관련 조건을 계속 바꾸는 과정에서 공시 번복이나 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불성실공시 지정 법인은 고의·중과실·단순착오 등 동기에 따라 벌점을 부과받으며 최대 벌점은 12점이다. 다만 1년간 합산으로 벌점을 계산(15점 이상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다 보니 오랜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불성실공시를 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게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종목이 된 후에도 고의·중과실로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