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존 안간힘 현대重, 설립 이래 최대 사업부 개편
입력 2016-10-16 15:51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 사업을 제외한 건설장비사업부 등 다른 사업부를 분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력사업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서다.
로봇사업부, 그린에너지사업부 내 태양광사업, 설비지원 분사에 이어 2차로 대규모 구조개편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이 이 같이 대규모 사업재편에 나서는 것은 1973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업구조부터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현대중공업의 절박한 현실인식이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비(非)조선사업 분야인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건설장비사업부 등을 분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들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이 각각 2조 5073억원, 2조 2251억원에 달했던 대형 사업부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계열분리 작업과 연계해 일부 사업부는 판교 등으로 이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업 재편안은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이 금융당국과 협의해 확정지은 자구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안이다. 현대중공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개별 사업부 별로 분사가 검토되고 있다”며 기존에 발표된 로봇사업 등을 포함해 지게차 사업 등 7개~10개 사업이 분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사업부는 법인추진팀을 두고 분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는 변압기, 차단기, 배전반 등을 생산하며 건설장비사업부는 굴삭기, 지게차 등 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이 두 사업부가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 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사업부를 독립시켜 생존능력을 높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이 상당폭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2만 6299명이다. 전기전자사업부는 2832명이 일하고 있으며, 인력 규모로는 조선사업부, 해양플랜트사업부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건설장비사업부는 1315명이 일하고 있다. 이미 분사가 시작된 사업부 인력은 200~300여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원인력 분사를 포함하면 약 20% 안팎 인력이 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하는 인력에서 제외되게 되는 셈이다.
지난 6월 자구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로봇사업부, 그린에너지사업부 내 태양광사업 분사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2차 구조개편안은 조선·해양 등 현대중공업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을 상대적으로 슬림한 회사로 만들어 장기 불황에 대비해 나간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분사 후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미 분사작업에 들어간 로봇사업부의 경우 울산에서 대구로 이전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유지보수와 운영서비스를 담당하는 설비지원 부문은 지난 8월 1일자로 분사돼 현대중공업MOS(주)가 설립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MOS는 1200여명을 고용하는 회사로 출범됐다. 지난 2월에는 산업용 펌프부문 및 압축기 설비부문을 분사해 현대중공업터보기계를 설립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들 분사법인들을 현대중공업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이런 일련의 사업부 분사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 방향 등에 반발해 13일과 14일 7시간 동안 파업을 벌이는 등 단체 활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 대상 부서, 사업본부별, 지역별, 부서별 순환 파업을 벌였지만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지침을 내린 적은 드물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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