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문재인 의혹 사실이라면 심각"…신중한 태도
입력 2016-10-16 15:15  | 수정 2016-10-16 15:17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16일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 논평이나 반응을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을 통해 제기된 이번 의혹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이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관여돼 있어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새누리당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요청사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당 차원에서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를 향해 파상공세를 펴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당에서 진상규명을 한다고 하는데 청와대까지 나서서 입장을 내놓을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예정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청와대는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기본 인식이지만, 현재로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정쟁의 한복판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섣불리 대응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구체적인 상황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당이 전면에 나서서 문 전 대표를 겨냥하고,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핵 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이번 파문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핵자금줄 차단, 북한 인권문제 및 탈북민 정책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런 방식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접근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의혹이 제기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 정권의 반발을 염려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외면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탈북 주민 수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문 전 대표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 노 대통령이 다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식의 대북접근법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차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를 통한 접근법으로 북한 핵 개발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인식으로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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