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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서영 “400:1 오디션 합격, 눈앞 김준수 보니 실감”
입력 2016-10-16 11:0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생애 첫 오디션에서 무려 400:1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 고작 22살의 나이에, 국내 최정상 뮤지컬 스타 김준수·박은태가 출연하는 대형 창작물 ‘도리안 그레이의 여주인공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혹자는 그녀의 오디션 영상을 보고 내년 가장 섭외하기 힘든, 귀한 여배우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두 신예 홍서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주인공 ‘시빌 베인 역에 최종 낙점되며 신예임에도 불구, 이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소감을 물으니 (오디션 합격 당시) 믿기지 않았다. 정말이지 꿈만 같았다. 엄마와 부둥켜안고 ‘거짓말이라며 한참을 울었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큰 기대 없이 경험삼아 임했던 오디션이 내 인생을 단번에 바꿔버렸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던, 항상 뒤처진 학생이었던 내가 대스타들과 한 무대에 서고 있다”며 이건 기적”이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가족들은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줬어요. 저도 참 많이 울었죠. (하하!) 많은 분들이 제가 첫 오디션에서 큰 성과를 낸 것에 대해 ‘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로 오해를 하시는데 사실은 그 반대에요. 전 늘 뒤쳐지는 학생이어서 남들보다 몇 배로 연습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어요. 부모님은 각각 ‘박치와 ‘음치이셔서 타고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노래를 하겠다고 하니 차라리 개그맨을 하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하하!”
하지만 이 반전의 결과를 마음껏 기뻐하기도 전에, 그녀에겐 엄청난 과제가 주어 졌단다. 세상에 역시 공짜는 없었죠. 부족한 제가 공연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합격과 동시에 혹독한 훈련이 시작됐죠. 매일 매일이 연습과 레슨의 연속이었어요.”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원작인 이 작품에서 ‘도리안의 첫사랑인 여배우 ‘시빌을 연기했다. 동시에 그녀의 동생이자 ‘도리안에 복수심을 갖고 접근하는 ‘샬롯으로 분한다.
1막에서는 풋풋한, 하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시빌로, 2막에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중성적이고 한층 카리스마 있는 샬롯으로, 사실상 ‘1인 2역을 연기하는 것. 그는 극과 극인 두 캐릭터로 분한 것에 대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싱그러움이 특징인 시빌과 어른스럽고 보이시한 샬롯은 말투와 목소리,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달리 표현해야 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캐릭터‧대본 분석에서부터 톤과 발성, 행동 하나 하나까지 다르게 해야하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어요. 연습 기간 내내 정말 많이 혼났죠.(하하!) 혹독한 훈련이었지만 너무 당연한 과정이었고 선배 배우 분들과 스태프, 이지나 교수님 그리고 레슨 선생님 등이 아니었다면 혼자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고된 연습기간을 거쳐 마침내 올라선 무대. 그는 첫 공연 당시를 떠올리며 머리가 뒤엉키더니 웃음이 사라지고 배도 아프고…극한의 긴장감에 식은땀까지 났다.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이 안 날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고 털어놓았다.
항상 저는 관객이고,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반대가 돼 있었어요. 제가 공연을 보면서 열광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연기는 배우가 하지만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그 생생함이 전해졌을 때! 그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도 그걸 해야 하는데 어렵고 자신도 없었죠. 무대에 서는 수가 늘어날수록 다행히 부담감이 줄어들었고, 어떤 날은 관객과 통하는 느낌이 올 때도 있었어요. 정말 짜릿하고 말로 표현할 수없는 행복감이었죠.”
그의 이 같은 무대 적응기에는 파트너인 김준수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홍서영은 의상실에서 처음 (김준수를) 봤는데, 이 때 비로서 합격했단 걸 실감한 것 같다. 내 눈앞에 나의 우상, 김준수가 있다니…”라며 첫 만남을 떠올렸다.
너무 신기해서 스태프처럼 마냥 서있었던 기억이 나요.(하하!) 내 눈앞에서 끊임없이 ‘신의 존재와 같던 김준수가 움직이다니…얼떨떨했죠. 솔직히 워낙 대선배에 스타이다 보니 저 같은 신인에겐 별로 신경을 안 써 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걸 도와주시고 연습할 때마다 수백마디 말보다 더 직접적인 액션을 보여주셨고, 같이 고생해주셨어요. 멋있는 남자이자 매력적인 배우, 그리고 참 인간적인 분이에요.”
마지막 공연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 우여곡절 끝에 첫 데뷔작과의 이별이 다가오는 심경을 물으니 막이 오를 때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했는데, 막상 끝날 때가 되니 너무 아쉽고, 이제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웃었다.
‘이 작품에 누가 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신 없이 달려왔는데, 이제는 제가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요. 평범하던 제가,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는 게 여전히 꿈만 같아요. 마지막 공연 땐, 이 복잡 미묘한 감정들 때문에 눈물을 펑펑 쏟지 않을까요? 하하!”
끝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화려한 데뷔와는 다르게 소박하지만, 뭉클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그저 노래만 부를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단다.
소극장에서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있다면, 내가 노래만 부를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도 이 길을 선택했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닌 행복 하고 싶어서…정말 큰 행운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어떤 공연 어떤 역할이라도 욕심내지 않고 열심히 임하고 싶어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저만의 색깔을 가진, 어떤 배역을 맡아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될 때까지요.”
한편,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29일까지 성남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사진 유용석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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