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리뷰] 마주보고 기억해야 할...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입력 2016-10-13 09:39 
[MBN스타 김진선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再生) 할 수 없다”-단재 신채호

똑, 똑, 똑똑, 똑, 똑, 똑”, 어둠 속에 시공간을 초월해 요동치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꿈을 꾸고, 사랑하는 마음에 설레고, 누군가를 위하던 온기는, 세월에 잊혀지고, 차갑게 식고 바라졌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잊혀진 것들에 관한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고 바래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그 많은 사건들을 절대 잊으면 안 되며, 바르게 보고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3년 전 케이타워 참사로 딸 봄이를 잃은 승우. 제대로 구조하지 못하고 매듭지어지지 않은 이 사태로, 승우는 작가로서의 활동도 하지 못하지만, 3년 만에 다시 펜을 집어 들게 된다. 아직 풀지 못한, 뱉지 못한 수많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말이다.

극 중 승우는 작품의 화자로, 작품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1950년 작가가 꿈인 제주 소년 선호, 동생을 잃고 앞을 볼 수 없는 순이를 박스 안에 숨기고 돌보게 되는 상황까지, 승우는 인물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만주 청년 호룡의 이야기, 일본 위안부로 끌려간 막이에 관한 사건이 엮이고, 여자 간첩단으로 억울하게 처형당한 시자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진다.

이들의 목소리는 선호의 수첩에 담긴다. 이는 시자의 동생 시춘의 손에 들어가고, 1984년 대로 이어진 시대에서 시춘은 ‘뺀졸을 외치며 학생들을 가리키는 선생님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정권에서 정보원으로 살아야 했던 승우의 수치스러운 과거가 드러나기도 한다. 대길에서 승우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는 심리상태를 여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어, 승우가 시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목소리를 접하게 되는 장면이 펼쳐진다. 승우는 결국 과거 인물들에게 질문을 던지다가, 작품 속 현재 2019년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이같이 1940년도부터 70, 80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은 매듭이 시간이라는 굴레와 맞닿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모습을 날카롭지만, 또 감정적으로 그려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군부독재 시절에서 현재까지 종횡으로 연결해, 과거의 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작품 속 봄이와 승우가 주고받는 ‘썬샤인 왕국 이야기는 ‘썬샤인의 전사들과 궤를 함께 한다. ‘썬샤인 왕국의 ‘썬드라는 블락드락을 무찌르기 위해 고민하지만 레더 박사를 통해 블락드락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승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블락드락을 무찌른 이들이 점점 더 무서운 괴물이 되어 간다는 끔찍한 상황을 알게 된다. 작품 말미, ‘썬샤인 왕국의 악당 블락드락을 무찌르면서 괴물로 변한 이들은, 자신을 보면서 연구를 하게 된다고 전한다. 찢어진 눈과 송곳니를 그리는 순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 이는 일그러진 역사를 바로 볼 것을, 현실직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주보고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과거와 현재, 그리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 미래에 대해 말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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