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이노베이터 이대호 외
입력 2016-10-12 18:51  | 수정 2016-10-12 18:51


야구 전문기자가 야구선수 이대호의 야구 인생을 통해 이노베이터의 모습을 조명한 책이다.

2010년 한국 프로야구 타격부문 7관왕, 2015년 일본 프로야구 재팬시리즈 MVP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간 총액 40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한다. 메이저리그 입성과 주전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리한 계약조건. 최고의 순간에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밑바닥에서 완전히 새롭게 도전하며 자발적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메이저리거 이대호가 최고의 순간에 더 큰 꿈을 위해 과감하게 불안정한 미래를 선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가 프로야구 선수로 보여준 '자발적 혁신' 10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가장 의지했던 할머니의 죽음,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향, 무릎 연골 파열 수술과 재활, 일본 무대로의 도전 등 수많은 역경이 닥칠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며 성장해왔다.

매번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혁신'을 선택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곧 실패'라는 좌우명을 지킨 이대호는 우리에게 진정 가치 있는 인생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 책은 자기개발서로 분류되지만, 추신수에서 백인철까지 이대호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일화들을 통해 프로야구 세계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한다.



'사이드 트랙'은 정통 추리소설이자 사회파 범죄소설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더 과감해져 가는 폭력에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밭 한가운데서 한 소녀가 몸에 불을 질러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린 소녀, 은퇴 후 술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년의 남자, 이웃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워킹맘, 가정폭력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아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다수가 정신적 가난을 머리에 인 외로운 사람들이다. 외로운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려다 다른 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폭력을 받은 이들이 자신 또는 타인에게 더 큰 폭력으로 되갚는 사회. 저자는 사회가 낳은 부조리함을 외로움의 악순환이라는 형태로 변주해 보여주고 있다.

헨닝 망켈을 스웨덴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발란데르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인 사이드 트랙은 팬들 사이에서는 시리즈 최고 걸작으로 불린다. 실제 2001년 스웨덴 추리작가 아카데미 최고의 추리문학상과, 영국 추리작가협회 골드대거상을 수상하면서 스웨덴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헨닝 망켈'과 '발란데르'라는 이름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는 기본소득의 정치철학적 정당화와 예산 확보 방안에 큰 기여를 한 기본소득 스페인네트워크 대표 다니엘 라벤토스의 저작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개개인에게, 일을 하든 안 하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국가에서 지급하는 소득으로 최근 언론에서 유례없이 큰 주목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를 비롯해 20여 개 자치단체가 기본소득을 적극 검토 중이고, 국내에서도 최근 스위스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시작했고, 이미 노동당과 녹색당은 4.13 총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기본소득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 아니다. 19세기 노예 해방, 20세기 투표권 확대에 이어 오늘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혁명적 변화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 그리고 다가올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예상되는 대규모 실업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의 전격적 시행을 비롯하여 청년 배당을 통해 부분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등 기본소득 정책 도입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유력 정치인이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응구기 와 티옹오는 아프리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영국 식민 지배 아래 놓인 케냐에서 태어나, 1964년 독립 이후에도 식민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국의 현실을 알리고, 자신의 땅을 일구고 지키는 민중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해왔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1977년 케냐 사회를 풍자한 연극을 직접 집필, 상연한 직후 교도소에 갇힌 저자가 그곳에서 화장지에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다. 영어가 아닌 케냐의 고유어인 '기쿠유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소설로 서구 열강 및 지배계급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어 작품 발표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

저자는 미국에서 예일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했고 2004년 '까마귀의 마법사'를 출간하고 22년 만에 케냐로 귀향했으나 정치적 테러를 당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저자는 한국 구비문학의 정신을 되살린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에서 다루는 현실은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와 똑 닮아 있어 낯선 나라의 작품이지만 이질감이 적다.

이상주 기자 mbn27@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