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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치동 유명 학원강사, 자산운용사 샀다
입력 2016-10-12 17:45  | 수정 2016-10-12 20:05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리논술 1인자로 꼽히는 여상진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 대표(사진)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약 2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교육계 출신 인사가 자산운용사 '오너'로 변신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여 대표는 교육 전문가란 배경을 살려 골든브릿지운용을 교육 콘텐츠나 대학생 전용 하숙 임대업 등 교육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에스오비는 지난달 골든브릿지로부터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지분 49.1%(98만2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교육 콘텐츠 및 학원 운영 업체인 티에스오비는 골든브릿지가 보유한 나머지 잔여 지분 43.5%(86만9000주)를 3년 안에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인수대금은 약 200억원 규모다.
기존 교육계 출신 금융투자업계 인사로는 알고리즘 전문 옵투스투자자문을 설립해 대표까지 맡고 있는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유일하다. 투자자문사가 아닌 자산운용사 주인이 된 교육계 출신 인사는 여 대표가 처음이다.
여 대표는 서울대 지질학과(서울대 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90학번으로 2007년 수리논술 전문학원인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를 만들어 이 분야 최고의 스타강사로 부상했다. 매년 20억원 안팎 수입을 올려 현재 약 150억원의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따르면 의대나 명문대 이공계열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은 '여상진 수리논술'을 필수코스로 수강할 정도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올해 8월 말 기준 펀드 설정액이 약 1조원, 임직원 22명의 중소 규모 종합 자산운용사다. 운용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모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펀드, 실물투자 펀드, 메자닌 펀드 등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여 대표는 교육 분야 전문가인 만큼 대학 하숙 임대업 등 교육 인프라 펀드, 교육 콘텐츠 관련 기업 투자 펀드 등을 출시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교육투자 전문 운용사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그는 "자산운용업이 미래의 다양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면서 "투자자와 투자 대상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만들겠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작년 초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월 69만원이나 하는 비싼 학내 기숙사비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힘들다고 총장에게 편지를 썼다는 기사를 접한 뒤 교육계 종사자로서 매우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대학생들에게 월 30만원대 후반 가격에 최고급 시설의 민간 기숙사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도 연 6%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강의가 예약된 학생들이 있어 앞으로 2~3년 정도는 수리논술 강의를 병행하고, 이후엔 운용사 경영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여 대표는 이달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연내에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여 대표가 자산운용업 경험이 없어 전문경영인으로 신한은행에서 30년 이상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를 맡아온 강봉구 씨를 대표로 영입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 대주주가 영위하는 사업 업종에 대한 제한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계열사로 둔 골든브릿지금융그룹은 이번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지분 매각을 계기로 증권업에 보다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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