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 레이더] 한국증시 성숙기…`욕심` 내지마라
입력 2016-10-12 17:43 
◆ 로보어드바이저 / 크레디트스위스 홀트 ◆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보자.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간고사에서 12과목 평균 70점을 받은 당신은 2주 후 기말고사에서 평균 10점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성적을 올리려면 전략을 두 가지로 짤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암기 과목에 집중해 3~4과목은 만점을 받고 국어·영어·수학 등 어려운 과목은 중간고사 성적을 유지하는 정도로 계획을 짜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모든 과목에서 2~3문제씩 더 맞히는 것을 목표로 시험 범위를 전부 한 번 훑어보는 식으로 공부해 전 과목 평균 80점을 노리는 것이다.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과목별로 배분해야 할 공부 시간은 달라질 것이다.
주식 수익률은 중간고사 성적표와 같다. 수익률을 유지하는 방법 또한 앞의 예와 유사하다. 펀드매니저가 편입할 종목을 골라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투자'와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움직이는 '패시브 투자'가 있다. 특정 과목을 만점을 받도록 집중해서 평균 점수를 올리는 방법이 액티브 투자고, 전 과목에서 2~3문제씩 더 맞히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방법이 패시브 투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유수 연기금들이 패시브 전략을 기본 투자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패시브 전략이 중요해진 지 10년여가 됐다.
자산 규모나 역사에서 세계 정상급 연금펀드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국부펀드는 2009년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 성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글로벌 저성장과 여러 차례의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며 과연 패시브와 액티브 전략 중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 연금펀드가 해온 고민과 그에 따른 자산 운용 대응 방법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를 요약해보면 액티브 전략은 거시 경제 상황이 평온한 시기에는 가끔 패시브 전략을 약간 상회하는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이나 유동성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간헐적으로 큰 손실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정 뉴스나 정보가 즉시 시장에 반영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은 지난 100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에는 정보·거래·파이낸싱·대리인 비용 등 자본시장의 다양한 비용까지 반영해 자본시장을 분석한다. 액티브 전략은 이 분석으로도 시장을 꾸준히 상회하는 결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패시브 투자 전략은 요즘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거시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보다는 경제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들도 10년 전 노르웨이국부펀드처럼 평상시나 위기 때나 할 것 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주식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 홀트(HOLT)에서 사용하는 투자 기준을 이용해 주식 수익률 성과를 봐도 한국 시장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내실 있는 기업이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즉 한국 시장은 예전처럼 단순히 수급이나 모멘텀에 의존해 흔들리는 시장이 아니고 주식의 가치와 기업 실적 그리고 실적의 질 등에 영향을 받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패시브 투자에 적합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액티브 전략과 패시브 전략 중 어느 게 우월한지 따지는 것도 쉽지 않다. 수익을 낼 기업을 발굴하는 게 유리한 국면에서는 과감한 액티브 전략을 쓰고, 장기 성과를 유지하는 데는 리스크 관리와 위기에 강한 패시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스마트한 투자를 위해서는 이들 둘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크레디트스위스(CS) 홀트의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의 최혜령 수석(공인회계사)이 작성했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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