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 상장사 200여곳 내년 상반기 중 부실화 ‘고위험군’
입력 2016-10-12 17:40 

한국 기업들의 부실화 위험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운·조선·중공업 등에서 촉발된 부실 위험이 산업 전방위로 퍼지면서 사실상 한국의 모든 산업군이 비상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강력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12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글로벌 구조조정 컨설팅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의 ‘기업 부실화 지수(CDI)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분기 안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은 199곳으로 조사 대상 상장사 1325개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험군에 포함됐다는 의미는 어디든지 내년 상반기 안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간을 향후 2년 내로 확장하면 부실화 위험에 처한 상장사는 전체의 31%인 411개로 늘어난다. 부실화 위험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조사 대상에서 삼성 현대차 LG 등 시가총액 기준 15대 대기업 그룹 소속 계열사 109곳 가운데 30여 곳도 역시 2년 내 부실화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알릭스파트너스의 CDI는 과거 최소 10년 이상의 재무정보와 주가를 자체 개발한 분석모델에 대입해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예측한 지수다. CDI의 최고 수치를 100으로 봤을 때 통상 10 이상이면 3분기 내 부실화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4 이상일 때 2년 내 부실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CDI를 발표하고 있다.

조기연 알릭스파트너스 부사장은 한국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부실화 위험이 계속 증대되고 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부실화 위험은 조선·중공업 등 일부 업종에서 벗어나 이미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IT·통신, 자동차 등 한국 주축 산업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는 부분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전체 분석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420개 기업이 속해 있는 IT·통신업종에서 2년 내 부실화 위험군에 포함된 기업 비중은 2014년 11%에서 올해 17%로 상승했고, 100개 업체가 포함된 자동차업종의 부실 위험군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13%로 두 자릿수로 뛰었다. 두 업종 모두 부품제조사 중심으로 부실화 위험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업종은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15%에서 3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엄수형 알릭스파트너스 상무는 기업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감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서 만성적 한계기업(좀비기업)의 실적 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기업으로 위험이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기업 부실화의 전형이다. 한진해운이 해운업 불황과 운임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에 대해 낙관적 기대로 일관하며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계열지원과 비용 절감 등 근시안적 대응으로 일관한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고 결국 법정관리까지 갔다.
엄 상무는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경영진이 지나친 낙관주의에 기반해 현상을 진단하고 경영 정상화 계획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노조, 채권단,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지연되고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무의미한 자금지원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한국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기업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채권단, 경영진,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의사소통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면 최적의 시점에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구조조정 전문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구조조정을 주도해 기업의 부활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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