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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점은 쌓으면 된다지만, 부러진 신뢰는
입력 2016-10-12 17:30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이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를 저 멀리 날려버릴지 모르는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온다. 폭풍의 이름은 ‘부러진 신뢰다.
11일 이란 원정 패배로 잃어버린 승점 3점은 남은 월드컵 예선 6경기에서 만회하면 된다지만, 한번 금이 간 신뢰는 언제 붙을지 알 수 없다.
당장 11월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예선 5차전이 예정된 상황에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패배를 잊고 전진하자”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너희 때문에 졌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선수들의 사기를 뚝 소리 나게 꺾었다.

타국 특정 선수(카타르 소리아)를 언급하며 우린 그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도 서스럼없이 내뱉었다. 그토록 배려를 강조하던 감독이 미처 기사로 이 발언을 접할 공격수의 심경까진 배려하진 못한 모양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김신욱, 석현준, 지동원 등 공격수들의 입장이 되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감독님 말씀이 백번 옳아. 열심히 해서 소리아와 같은 훌륭한 공격수로 성장해야지. 혹은 ‘나참, 그럼 소리아를 귀화시키던지.
대표팀 감독이라면 이 같은 발언이 선수들에게 미칠 파장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감독이 읽는 기사와 댓글을 선수들도 똑같이 읽는다고 생각했어야 한다.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는데… (감독님 발언은)아쉽다”고 말했다.
부임 2년째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들어 ‘선수 공개 비난 내지는 ‘공개 지적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최종예선 무대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진짜 속살을 선수 탓으로 덮으려는 듯, 이 선수 저 선수를 찌르고 있다.
부진한 선수 보고 부진했다고 말하는 건 ‘표현의 자유가 맞다. ‘공개 비난을 즐기는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부진한 선수를 부진했다고 말한 뒤, 그 선수를 어디 멀리 보내버리곤 한다. 2군으로 내려 유령 취급도 한다. 어디까지나 소속팀 감독이기에 가능하다.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 한 경기에서 부진했다고 해도 실력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들어온 만큼 그 선수는 향후 재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선수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라도 발언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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