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제는 지금 한겨울’ 구조조정·수출부진 9월 실업률 11년 만에 최고
입력 2016-10-12 17:01 

지난 9일 오전 5시 경남 거제시 고현동 수협마트 앞. 새벽부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작업복을 착용한 이들이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 일대 인력소개소에 소개를 받아 건설현장 등으로 일용직 막노동을 나가려는 조선사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김 모씨(43)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투잡으로 막노동을 한다”며 태풍과 폭우로 최근엔 그마저 일감이 줄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인근 건물 2층에 위치한 한일인력과 동원인력에는 이미 30여명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오전 8시 인근 여성들의 청소 식당 도우미를 소개한 한 가사원 앞에서 만난 박 모씨(여·49)는 남편이 조선소 협력사 직원으로 일하다 실직한지 몇 달 됐는데 고3 자녀가 있어 당장 대학등록금이라도 벌려고 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체당금(사업장 파산으로 미지급된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금액) 지급액이 111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억원보다 무려 69.6%나 늘었다.
문제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양대 조선소를 비롯해 중소 조선소의 수주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다 기존 수주 물량이 내년 봄이면 대부분 소진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협력사 위주 구조조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원청인력까지 수 천명의 대규모 감원이 예고되면서 고용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황민호 한일인력 사무장은 지금은 그래도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에 일당직이 필요해 그나마 청소나 마무리 작업으로 인력소에서 사람을 보내고 있으나 이들 플랜트가 끝나는 내년 6월부터는 본격적인 실직대란이 몰아칠 것”이라고 염려했다.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의 초기단계에 진입했을수도 있다는 관측은 실업통계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9월 실업률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에다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고용 한파가 닥친 것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6%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9월 실업률로는 2005년 9월(3.6%)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달 9.4%로 전년 동월 대비 1.5%포인트나 상승했다. 9월 수치로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9.9%였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고용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나섰고, 신규 채용도 줄였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조선·해운업체가 몰려 있는 부산(4.0%) 울산(3.5%) 경남(3.4%)의 실업률이 유독 높았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9월 실업자가 20대와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증가해 전체 실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2만명 늘어난 98만6000명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6만7000명 늘었다. 올해 6월 35만4000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증가폭은 7월 20만명대로 떨어진 이후 석달 째 30만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만6000명 감소했다.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고용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 고용 증가세를 제약하는 가운데 일부 업계 파업 장기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재만 기자 / 거제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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