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고개 숙인 `김영란법 불똥`
입력 2016-10-12 16:59  | 수정 2016-10-13 16:03

강원도 원주 소재 상지 영서대에 재학중인 이승윤 선수는 올 여름 리우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학교로 돌아와서는 유급위기에 놓였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1학기에 휴학을 하고 2학기에 복학한 이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과 전국체전 참가 등으로 수업에 출석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 이 선수가 소속된 상지영서대 사회체육과 측은 이 선수를 비롯해 다른 체육특기생 측에 현재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에 참석한 경우 모두 결석 처리하고 앞으로 무조건 수업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대학 소속 선수들이 합숙훈련과 대회 출전 등으로 출석을 하지 못해도 출석을 인정해 학점을 부여하던 관행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청탁으로 해석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피땀 흘린 훈련과정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널리 알린 금메달리스트들도 김영란법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따르면 운동선수가 훈련이나 대회참석 등의 이유만으로 수업을 빠지는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해석이 지배적이어서 대학가들이 ‘원칙을 고수하면서 발생한 사태다.
이처럼 예전엔 관행처럼 운동특기자들에게 대해 탄력적으로 출석을 체크하고 학점을 부여하던 관행이 철퇴를 맞으면서 현역 선수가 ‘주경야독하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이승윤 선수뿐 아니다. 해외투어 출전 등으로 정상적 출석이 불가능한 프로 골프선수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로 뉴질랜드를 국적을 보유한 LPGA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대표적이다. 리디아 고 선수는 작년 고대에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심리학과에 합격 후 재학중이다. 고대 심리학과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정식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리포트 등으로 출석을 인정받으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란법은 타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국내 법적용 대상 기관에 소속된 경우 동일한 룰을 적용한다. 고려대 학칙은 ‘총 수업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결석한 학생에게는 성적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 관계자는 일단 학교 방침은 교수가 판단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원칙을 분명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중인 여자 골프 ‘메이저 여왕 전인지 선수도 주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후 리포트와 동영상 강의로 출석을 대체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체육특기생 출석을 인정해주는 별도 학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김영란 법과 관련해 체육위원회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농구선수 허훈 등이 재학중인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는 아예 홈페이지에 김영란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지했다.
학교측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학생의 성적 조정이나 기타 결석 대체 인정 등에 대한 사항이 모두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며 학생 여러분은 각 수업에서 결석에 따른 출석 대체 요구 및 성적 정정 요청을 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휘운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학교측에서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특기생들만 특별하게 취급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며 ”학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뒤늦게 학칙 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허정훈 중앙대 체육학과 학부장은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다는 차원에서 일시적인 시합 출전에 대해 교수가 재량적으로 출석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학칙개정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황순민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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