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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결산] 허들이 궁금해 한 4번 타자, 그의 험난했던 도전
입력 2016-10-12 15:31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감독이 궁금해 한 '강정호가 5번 칠 때 4번 친 타자'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시작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포스팅 금액만 1285만 달러가 나왔다. 일본프로야구 포스팅 상한선이 2000만 달러로 설정된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그만큼 박병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포스팅 금액을 포함, 4년간 2485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팀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미네소타는 미겔 사노를 외야수로 돌리고 박병호에게 지명타자와 1루수를 맡기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한반도의 트윈스에서 안좋은 기억이 있었던 그는 대륙의 트윈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햇다. 메이저리그 62경기에서 타율 0.191 출루율 0.275 장타율 0.409 12홈런 24타점, 80삼진 21볼넷의 성적을 남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마이너리그 강등 뒤에는 손가락 인대를 치료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다"는 박병호의 귀국 소감처럼, 이번 시즌 그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주지 못한 게 더 많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32경기에서 타율 0.257 OPS 0.917 2루타 6개 9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며 그럭저럭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해갔던 그는 5월 18일 이후 30경기에서 타율 0.123 OPS 0.444 2루타 3개 3홈런 9타점으로 갑작스럽게 추락했다.
부진의 한가운데 있었던 지난 5월말 오클랜드 원정 당시에는 "슬럼프라고 할 것도 없다. 상대 투수의 구위에 눌려 좋은 타구가 안나오고 있다"고 자책했다. 'MLB.com'에 따르면, 박병호의 이번 시즌 평균 타구 속도(Exit Velocity)는 89.2마일로, 메이저리그 평균 89.57마일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90마일이 훌쩍 넘어가는 상대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 차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흐름을 잇지 못했다. 시즌이 진행되면 될수록,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르고 변화가 심한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이긴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았던 팀 분위기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통증이 있었다던 손 부상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병호는 귀국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교함을 키워야 한다. 타격 폼을 조금 더 간결하게 하려고 한다. 그래야 힘 있는 투수와 맞설 수 있다"며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16.7%에 그쳤던 타구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해 기술적인 변화를 줄 것임을 예고했다. '맞으면 넘어간다'는 가능성을 보인 만큼, 정교함과 스피드를 갖춰 더 강한 타자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그의 소속팀 미네소타는 이번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뒤 데릭 팔비 클리블랜드 부단장을 새로운 수석 야구 운영 책임자로 영입했다. 프런트 오피스 수장이 바뀐만큼, 팀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돌아갈 것이다. 전임 단장의 작품인 박병호도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박병호는 새로운 시즌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부진한 한해였지만, 보여준 것도 있었기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2016년 박병호 베스트 경기 3선(한국시간 기준).
1. 4월 17일 에인절스 홈
'홈런왕' 출신의 위엄을 뽐낸 경기. 팀이 5-4로 앞선 8회 상대 셋업맨 조 스미스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 넘어가는 초대형 홈런을 때렸다. 이 타구는 홈구장 타겟필드에 새로 생긴 외야 가운데 상단 관중석으로 날아가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구단 발표 비거리는 462피트(140.8미터). 타구를 잡은 맷 존슨이라는 이름의 바텐더는 현지 중계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공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2. 5월 3일 휴스턴 원정
이번 시즌 유일한 3루타를 남긴 경기. 팀이 3-1로 앞선 5회 1사 1, 2루에서 상대 선발 댈러스 카이클을 상대로 구장 외야 가운데 있는 '탈의 언덕'까지 날아가는 초대형 타구를 때렸다. 휴스턴 구단이 계획대로 이 언덕을 없애고 펜스를 앞당기는 공사를 했다면 홈런이 될 타구였다. 그러나 비용을 문제로 공사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3루타를 얻었다. 박병호는 앞선 2회에도 우전 안타를 뽑으며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3. 6월 3일 탬파베이 홈
3타수 3안타 2루타 2개 2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100% 출루를 기록한 경기. 이번 시즌 유일한 3안타 경기였으며, 유일한 100% 출루 경기였다. 왼쪽 다리를 오므렸다 앞으로 나가는 과정을 생략한 간결한 타격폼을 선보인 그는 상대 선발 맷 무어의 빠른 공을 통타, 담장을 바로 맞히는 2루타를 만드는 등 맹활약하며 팀의 6-4 승리에 기여했다.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이것이 반등의 기회가 되지 못하고 다시 부진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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