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범서방파' 간부급 모조리 구속…'3대 폭력조직' 이젠 옛말
입력 2016-10-12 15:18 
사진=MBN
'범서방파' 간부급 모조리 구속…'3대 폭력조직' 이젠 옛말



국내 대표적 폭력조직 '범서방파' 부두목급이라는 최모(50)씨가 11일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이로써 범서방파 간부급이 모조리 철창신세가 돼 조직이 구심점을 완전히 잃게 됐습니다.

범서방파는 1970년대 폭력조직 생활을 시작한 김태촌(2013년 1월 사망)이 두목이었던 대규모 폭력조직입니다. 1970년대 중반 광주를 본거지로 한 서방파 행동대장으로 조폭 세계에 발을 들인 김태촌이 서울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만들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히며 한때 국내 주먹계를 주름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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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방파를 비롯한 초창기 폭력조직은 흔히 '나와바리'로 불리는 사업 영역을 기반으로 활동했습니다. 유흥업소 등을 갈취하고, 조직 간 이권 다툼이 생기면 대규모 난투극이나 칼부림을 벌여 상대 조직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이후 검찰과 경찰이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에 나서자 지하로 숨어들었습니다.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외관상 합법으로 보이는 사업에 가담해 경영권을 가로채는 등 지능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범서방파는 2000년대 후반까지 조직 간 세 과시와 난투극이라는 '고전적' 조직 운영 방식을 버리지 못하다 결국 수뇌부가 와해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2009년 11월 부산 '칠성파'와 벌인 '강남 흉기 대치극 사건'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범서방파 고문 나모(50)씨 간 사업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정씨는 칠성파 조직원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범서방파를 상대로 한 '전쟁' 준비를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범서방파도 조직을 가동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11월12일, 강남구 청담동에서 범서방파 150명과 칠성파 80명이 회칼과 각목 등을 들고 살벌하게 대치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양측 간 물리적충돌은 없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범서방파 수사에 착수해 나씨를 비롯한 핵심 간부를 차례로 잡아들였고, 최씨를 끝으로 간부급을 모두 구속했습니다.

칠성파와 대치극의 장본인이었던 나씨는 작년 10월 붙잡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그는 조직 내 지위는 고문이었으나 실제로는 김태촌 사후 그의 후계자로 통하며 사실상 두목 행세를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경찰 수사를 받던 부두목 정모(51)씨는 올 9월 중국 마카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씨는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 정도로 재산이 많았지만, 경찰이 수사망을 죄어오자 처벌이 두려워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조직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와해되는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칠성파 측과 사업 문제로 다퉈 청담동 흉기 대치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두목을 비롯해 조직원들이 모두 잡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심적으로 너무나 미안하다"며 "경찰 조사를 받거든 다 나에게 미루라"고 조직원들에게 수차례 말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수뇌부가 모두 영어의 몸이 되거나 유명을 달리한 범서방파가 조직 차원에서 활동을 이어가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은이파와 OB파 역시 젊은 조직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처지인 데다 추종세력이 미약해 '3대 조직'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경찰 판단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조폭은 과거처럼 큰 조직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기보다 일종의 '지사' 개념인 '계열'을 여러 지역에 두고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행동대장급을 각 계열 우두머리로 삼아 소규모로 활동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계열들은 소속 조직과 무관하게 이익을 좇아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유치권 분쟁, 대출사기, 도박장 운영 등 이권에 개입할 만한 사안이 있으면 일종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단기간 뭉쳤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흩어집니다.

특정 지역 기반이라는 활동 방식도 희미해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수입원이 많은 서울에는 지방을 근거로 둔 조직들이 각자 분파를 만들어 유흥업소 등을 관리하고, 경비용역 쪽에도 손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7월 말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은 전국 210여개파·5천200여명입니다. 나름대로 서열 등 체계를 갖추고 독자 세력으로 활동하는 조직들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집단 난투극 등은 조직 와해로 직결된다는 점을 조폭들도 알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자제하고, 불법이든 합법이든 각종 사업 위주로 조직을 꾸려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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