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믿어주면 보답한다, LG 이끈 반전의 주역들
입력 2016-10-12 11:35  | 수정 2016-10-12 11:42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는 믿음 속 기회를 살려낸 주역들 역할이 컸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믿음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없던 힘도 나온다. 극적인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LG. 몇몇 선수들은 사령탑의 믿음 속 가을야구 주역으로 떠올랐다.
전날 LG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끈 대표 수훈선수는 바로 정상호다. 선발포수 마스크를 쓴 그는 경기 내내 완벽한 투수리드로 류제국과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결과는 1피안타 무실점. 류제국의 공만큼이나 정상호의 소리 없는 보조가 뛰어났다.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주전포수인 유강남이 아닌 정상호가 선발 출전하는 배경에 다수의 큰 경기경험이 작용했음을 꼽았다. 그리고 그는 이 같은 믿음을 내용으로 증명했다.
정상호는 타격에서도 승리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타석에서 끈질기게 볼넷을 골라냈고 또한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정상호는 분명 이번 시즌 1할대 타율 선수. 그럼에도 양 감독은 끝까지 대타를 기용하지 않았다. 믿고 맡겨봤다. 결국 정상호는 9회말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선두타자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황목치승으로 교체됐는데 그가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1차전 리드오프로 출격한 김용의는 KIA 헥터에 약했다. 이번 시즌 상대전적 11타수 무안타. 게다가 뜨거웠던 타겨감도 시즌 막판 잠잠해졌다. 정규시즌 최종 3경기에서 안타 하나 뽑아내지 못했다. 그에게 1차전 리드오프 역할은 버거워보였다.
데이터는 정확했다. 김용의는 헥터를 맞아 끈질기게 승부했지만 결국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중간에 교체됐고 2차전에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사령탑은 김용의를 내보냈다. 전날 9회말 1사 만루상황. 그는 믿음에 보답하며 주어진 역할을 해냈다. 타구를 외야 깊숙이 쳐냈다. 잡혔지만 이는 결승점이 됐다. 종료 후 김용의는 포효했다.
책임감과 부담 속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제국. 5회까지 피안타는 없었다. 사사구를 많이 내줬지만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다만 선발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언제든 강판이 가능한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류제국은 8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류제국의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고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기에 믿고 맡겼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이에 화답하며 8이닝 116구 1피안타 무실점이라는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오지환은 1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정적인 내야실책을 범했다. 그는 고개 숙였고 팬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갔다. 다음 날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속마음은 분명 까맣게 그을렸을 것.

그럼에도 오지환은 2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양 감독은 활기찬 선수다. 잘할 것이다”고 믿어보였다. 자신을 향한 야유 속에서 오지환은 버텨냈다. 수비 때문에 얻은 마음고생을 이번에는 몇 번의 호수비로 털어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오늘이 원래 오지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LG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렇듯 여러 선수의 믿음 속 응답에서 출발했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