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종역, KTX '초미니 구간' 될까…철도시설공단 신설 재추진
입력 2016-10-12 09:49 
세종역 / 사진=MBN
세종역, KTX '초미니 구간' 될까…철도시설공단 신설 재추진


한국의 고속철인 KTX는 시속 330㎞로 설계됐습니다. 고속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 구실을 하려면 이 정도 속도는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설계 속도대로 달리는 구간은 드뭅니다. 제법 속도를 내는 구간이라고 해야 시속 280∼290㎞에 불과합니다. 속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외국에 비해 짧은 역(驛)간 거리가 꼽힙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전국 KTX 노선의 평균 역간 거리는 46㎞로, 외국의 60% 수준입니다. 프랑스 등 외국 고속철 역간 거리는 평균 78.5㎞입니다.

국내 고속철 속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간 거리가 지금보다 11.1㎞ 더 긴 57.1㎞는 돼야 한다는 게 철도시설공단의 주장입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초미니 구간' 신설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8월 발주한 평택∼오송 선로 용량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에 KTX 세종역 신설 관련한 용역을 포함했습니다.

세종시야 줄기차게 요구해온 세종역 설치 추진 계획을 반기지만 인접한 오송역이나 공주역 활성화를 꾀하는 충북도와 충남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41개 KTX 역사 중 전용선을 기준으로 할 때 역간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은 천안·아산역∼오송역(28.7㎞) 구간이다. 다음은 신경주역∼울산역(29.6㎞)입니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공주역∼세종역과 세종역∼오송역 구간이 새롭게 초미니 구간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KTX 공주역과 오송역 구간은 44㎞로, 14분 거리다. 이 구간 사이에 세종역이 추가로 들어서면 공주역∼세종역과 세종역∼오송역 구간 거리가 각각 22㎞로 반분됩니다. 평균 속도로 달려도 7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역사가 생기는 셈입니다.

고속철이 저속철은 고사하고, 지하철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정확한 거리를 재봐야 하겠지만 두 구간 중 한 곳에 더 가깝게 세종역이 들어서면 거리가 20㎞도 채 안 되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초미니 구간'이 돼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당장 충북도와 시민사회단체는 세종역 신설이 오송역 위상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속철인 KTX를 '저속철'로 전락시키려는 발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세종역 신설은 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고속철도 적정 역간 거리 57㎞의 절반도 안 되는 곳에 역이 추가되는 것으로, KTX 운행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용역 철회를 주장했습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KTX 오송역에서 불과 20여㎞ 떨어진 곳에 수천억원을 들여 새로운 역을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세종역 신설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별렀습니다.

충북도는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에 공문을 보내 세종역 타당성 용역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충북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 세종역 반대를 위한 범도민 운동을 벌이기로 했으며, 충남·대전과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충북도당 역시 독자적으로 저지특별위원회를 구성,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