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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긴장? 첫 PS 노수광 날았다
입력 2016-10-12 06:01 
KIA의 노수광은 포스트시즌을 첫 경험했다. 그리고 슈퍼 캐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노수광(26·KIA)은 육성선수 출신이다. 그에게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 같았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데뷔도 했으나 그는 트레이드를 통보 받았다. 대전이 아닌 광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KIA에서 점점 입지를 키웠다. 올해 초반에는 신인상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초반 12경기 타율 0.444 4도루 10득점). ‘노토바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지난 8월 경기 도중 도루를 시도하다 손가락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시즌 아웃은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판에서야 돌아왔다. 복귀 후 5경기 타율 0.143 1도루 2타점 2득점. 그런 노수광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노수광의 첫 포스트시즌.
노수광은 중용됐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선발 출전. 교체 없이 끝까지 뛰었다. 부담 갖지 않으려 했으나 긴장이 많이 됐다. 노수광은 경기가 끝난 후 긴장이 풀렸는지 많이 힘들더라. 배도 무척 고팠다”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의미 있는 첫 경험이었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1년 5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노수광은 포스트시즌 연속 선발 출전이라니 나에겐 큰 행운이다. 이런 기회를 받고 싶어도 (아무나)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며 기뻐했다.
노수광은 욕심 내지 않았다.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만 판단해 움직일 따름이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노수광은 6타수 1안타 1사구를 기록했다. KIA 타선이 6안타 6사사구로 답답한 가운데 2번 출루해 공격의 물꼬를 틀고자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뛰는 게 재미있다던 노수광은 타석에 설 때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가 우려했던 건 수비였다.

그의 포지션은 우익수(2차전에도 중견수로 뛰다가 8회 우익수로 이동했다). 그의 주변에는 온통 LG 팬이었다. 와일드카드 1,2차전은 만원 관중. 함성 소리는 정규시즌 경기보다 훨씬 컸다. 타구가 외야 오른편으로 향하면 더욱 컸고. 노수광은 타격은 괜찮은데 수비는 긴장이 된다. 최대한 부담을 안 가지려 노력한다”라고 했다.
이번 시리즈는 수비 싸움이 희비를 갈랐다. 실책 5개가 기록됐다. 승부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실책도 있었다. 또한,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나도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 법하다. 더욱 집중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친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수광은 미리 부담을 느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할 경우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긴장하되 최대한 하던 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수비는 노수광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가장 멋진 그림을 완성했다. 8회 2사 1,3루에서 양석환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았다. 그 순간 잠실구장은 KIA의 환호와 LG의 탄식이 가득했다.
KIA가 LG의 거센 파도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좀만 더 늦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노수광의 호수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고의 장면이었다. KIA 팬에겐 위로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노수광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비록 2경기뿐이었지만 노수광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성장하는 KIA를 상징하는 새 얼굴로서 존재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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