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감산 지지 발언 한마디에 국제 유가가 5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감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연말 국제유가는 60달러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는 마지막 거래일보다 3.1% 뛴 배럴당 51.35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6월 8일 53.00달러까지 치솟은 이래 넉 달 만에 최고였다.
브렌트유도 유럽거래소(ICE)에서 2.3%(1.21달러)오른 53.1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31일 54.15달러로 마감한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단 국제유가가 갑자기 1년 전 가격을 회복한 것은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발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에너지총회(WBC) 연설에서 우리는 생산량을 제한하자는 OPEC의 최근 제안을 지지한다”며 원유 감산이나 동결이 에너지 부문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가 OPEC의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비(非) OPEC 산유국 가운데 가장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OPEC을 포함해도 세계 3위 산유국이다. 러시아의 감산 동참 의지 피력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감산 동참 의지 표명은 지속되는 저유가로 국가재정수지가 악화하는 것을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PEC은 러시아에 하루 20만-3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하루 1110만 배럴을 생산한다.
OPEC는 지난달 알제리에서 회원국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하루 3324만 배럴에서 3250만 배럴로 75만 배럴 정도 줄이는 감산에 잠정 합의했다. 11월 정례회의에서 각 국가별 감산 쿼터를 확정할 방침이다.
OPEC의 감산을 주도해온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 발언에 앞서 연내 유가 60달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OPEC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도 공급 물량 과잉을 줄이기 위해 기꺼이 감산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누레딘 부타르파 알제리 에너지장관 역시 비회원국의 감산 동참을 기대한다”며 이번 이스탄불 세계에너지총회를 두고 ‘회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담의 영향으로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는 물론 OPEC 회원국이 감산합의에 도달하기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은 여전히 증산 의지가 강하다. 아울러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로, 사우디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산유량을 늘려 놓은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또 혹한 속에 생산되는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산 원유는 수분 함량이 많아 생산량을 줄이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러시아는 신규 유전 개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제한적인 감산 동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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