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년만에 컨테이너선 가격 반등…현대·삼성重 수주 회복할까
입력 2016-10-10 16:10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불황의 늪에서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수주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조선·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과 케이프사이즈(17만6000~18만t)급 이상 벌크선의 가격은 각각 50만달러와 25만달러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은 6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17척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89.5% 감소했다.
선박 발주가 많아져야 선박 건조 가격이 오르는 게 정상이지만 발주가 뜸한 가운데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선주들의 발주 움직임이 재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 조선업체들의 붕괴로 수주전은 한국 업체들 중심의 제한된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보통 한국 조선사들은 선박 가격이 반등하는 시기에 선박 수주 계약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두 회사의 수주 낭보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벨기에 선사로부터 수에즈막스(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급 유조선 2척을,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유럽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LNG운반선, 유조선 위주로 수주가 회복되고 내년에는 다른 선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22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연초 세운 수주목표 186억7000만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수주 절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박 발주에 대한 풍문이 잦아지고 있다”며 8월까지 누적 수주액 2억2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는 발주건의 금액을 모두 더하면 10억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은 하반기 수주 회복 강도가 가장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 53억달러에 근접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 따낸 첫 수주에 이어 계약대금이 25억달러에 이르는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의 FLNG(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 수주도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미 코랄 프로젝트 운영사인 이탈리아 ENI는 삼성중공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뒀다. 이전까지 저유가 영향으로 ENI는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 투자 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바이유가 50달러에 근접하는 등 유가가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건비 지출부터 줄였다. 올해 직원 200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고정연장근로를 폐지했다. 고정연장근로는 오후 5~6시에 추가로 근무하고 회사가 연장근로수당을 주는 것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퇴사 직원에게 위로금을 주는 등 비용을 치렀지만 지난 2분기 55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422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은 비핵심 사업 정리와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설비지원 부문을 분사해 현대중공업MOS를 설립한 데 이어 금융·로봇 등 비조선 부문의 분사·매각 작업도 추진하는 중이다. 또 최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의 일부와 울산 지역 보유 부동산을 각각 아산나눔재단과 현대학원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모두 482억원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은 현대중공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발해 이날부터 또다시 부분파업에 나섰다.
삼성중공업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 직원 1400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내년부터는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저가수주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손실 가능성이 있는 발주 건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28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2100억원과 공정이 지연된 반잠수식 시추설비의 손실을 선반영한 탓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 효과로 분기당 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3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91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신규 자금 조달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1차 발행가는 당초 예정됐던 6920원보다 높은 7170원으로 확정됐다. 삼성중공업은 다음달 2일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2차 발행가와 7170원 중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보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해외 선주들을 찾아다니며 선박 대금을 미리 받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는 상환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유동성 확보는 늦어지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 드릴십 2척을 인도하고 약 1조원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난골이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드릴십 인도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사옥의 매각도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대우조선은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코람코자산운용과 계약을 해지하고 캡스톤자산운용과 매각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실적도 지지부진하다. 대우조선은 지난 상반기 1조18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대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연내 실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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