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금리 충격에도 한국의 은행들만 승승장구 왜?
입력 2016-10-04 17:39  | 수정 2016-10-04 20:05
글로벌銀과 반대로 순항
전례 없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는 등 글로벌 초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은행들이 이자 수익 급감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1.25%)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수신이자 차이)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00억원가량 증가한 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1.75%로 현재(1.25%)보다 0.5%포인트 높았던 전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이자로 벌어들인 이익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보통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예대마진이 쪼그라들어 은행권 수익이 악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월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은행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 최대의 금융그룹인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의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은 1889억엔으로 전 분기 대비 32% 급감했다.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과 함께 3대 은행에 속하는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의 2분기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6%, 31.2%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은행들이 ECB에 맡기는 초과지불준비금에 지급하는 예치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할 경우 유로 지역 20개 대형 은행들의 2017년 순이자수익이 28억유로(약 3조4600억원)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자 수익이 늘어났다는 것은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 수신금리를 떨어뜨린 만큼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되는 추세다. NIM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2012년 말 2.11%에서 올해 1분기 1.55%까지 0.5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전 분기(1.55%)보다 0.01%포인트 소폭 올랐다. NIM은 은행이 가계·기업 대출이나 채권 등 증권자산 운용을 통해 거둔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예대마진보다 더 정확하게 금융기관 수익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순이자마진이 늘어난 것은 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시중금리와 연동성이 작은 집단대출이나 계약 기간이 20~30년가량으로 길어 장기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5년 이상) 규모를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이자 조달비용인 예금의 경우 초저금리 예금 형태인 요구불예금을 확대해 이자비용을 줄이는 영업방식을 강화했다는 진단이다. 이렇게 되면 조달비용을 줄여 저금리 때문에 대출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산(대출) 듀레이션(회수 기간)은 길게 늘리고 부채(예금) 듀레이션은 짧게 가져가는 영업 행태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 2분기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의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차이는 평균 0.15년으로 지난해 말 0.12년보다 0.03년 늘었다.
은행들의 꼼수도 해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용으로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금을 고리대출용으로 운용해 이자 수익을 따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시중·지방은행 12곳 가운데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를 준수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는 은행 대출증가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의원은 "한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2012년 9조원에서 올해 25조원으로 증액하고, 같은 기간 대출금리도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며 "이처럼 은행들이 한은에서 받은 저리 정책자금을 고리로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중기대출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0.75%대에 받은 저리 자금을 3%대 대출용으로 활용했다는 얘기다.
[김효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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