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당 원내대표 `국회마비` 자성 대신 남탓만
입력 2016-10-03 15:34  | 수정 2016-10-05 16:08

여야가 열흘간의 대치를 풀고 4일 합동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야3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 거부,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 단식투쟁 등으로 악화됐던 정국은 소모적인 ‘감정 싸움만 남기고 어정쩡하게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사태의 ‘공범 격인 3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 마비 사태를 놓고 자기 당에 유리하게 ‘견강부회하는 해석만 내놨다.
◆鄭, 강경책 주도하며 출구 못찾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이번 해임안 정국에서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면 72시간 필리버스터 전략을 꺼냈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실책을 범했고, 막상 해임안이 야3당 공조로 통과되자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강경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 대표가 불쑥 단식투쟁을 선언하고, 국감 참여를 단독 결정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당내 온건파의 국감 참여 주장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 양상도 다시 비춰졌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3일 정치적 셈법으로 지고 이기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로서는 의회주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원칙의 문제였다”고 합리화했다.
그는 이어 여론은 (야당이)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것이 부당했다고 얘기하지 않냐”며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무책임한 주장이 거짓이었다는게 판명됐음에도 야당은 여소야대의 위력을 한번 보여주기 위해 명분없이 밀어붙인 것”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정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판은 공정해야지 한쪽으로 경도돼선 안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제기를 저희는 당연히 했던 것이지만 국감도 중요하고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한데 꼭 그런 방식이어야 하느냐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성실하게 더 열심히 국감에 임해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禹, ‘매파 본색 강경 대응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대여 관계에서 유연한 협상력을 발휘해 ‘비둘기파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대치 국면에선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 특유의 정치적 순발력을 이번 국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국감 연기론이 제기됐지만 그렇게 되면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야당이 단독 국감을 실시한 결과 여당이 상당한 압박을 받았고, 결국 새누리당의 국회복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동안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국민의당과도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가 너무 강경하다”는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 상황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언론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면서 이번엔 우리가 전혀 타협하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갔다”고 자평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국감 복귀를 선언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를 더민주의 승리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대여 강경기조를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위해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한데 대해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국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 권력형 비리 문제를 부각시키고, 검찰개혁과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도 다시 쟁점화하겠다”고 선언했다.
◆朴, 1·2당에 국회마비 책임 전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양당의 기싸움으로 규정하며 책임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돌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양극화 세력의 기싸움에 결국 국회가 비난을 받는 계기를 만들어 죄송하다”면서 국민의당은 의장과 양당을 오가며 대화와 타협을 이끌고자 국민 편에서 조정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에 대해서는 이 대표는 불타는 국회에 기름을 퍼부었다”며 집권 여당의 대표라면 주도적으로 풀어가려고 해야지, 그게 말이 되는 행동이었나”라고 거듭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 운영과 관련해 새누리당을 향해 잘 한 것도 없으면서 오버하면 안 된다”며 집권 여당 답게 국감 증인 등에 대해 잘 협력하라”고 충고했다. 이어 이제 잘 풀렸으니 더 잘 되게 하면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야 3당이 추진하는 백남기 농민 특검 법안이 새로운 논쟁거리가 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야당)가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 그러면 다 그냥 넘어 가나”라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너무 강경했기 때문에 우리 당도 국정감사 보이콧을 검토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약 2일까지 정상화가 안 됐으면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가려고 했었다”며 우리가 참여 안하면 더민주도 국감을 못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여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반대편에 있는 더민주도 압박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신헌철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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