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축제의 계절 가을에 부는 ‘김영란법 겨울바람’
입력 2016-09-25 16:35  | 수정 2016-09-25 17:52

# 부산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식 초대권을 일절 배부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부산시가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초대권을 받아 배부하는 행위 자체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부산시는 올해 BIFF 초대권을 배부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고 결국 부산국제영화제측이 직접 초대권을 배부하면서 축제 준비에 지장을 받고 있다.
‘축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지만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전국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혼란과 시행착오가 현실화하면서 우려와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30일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에서 열리는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관계자들도 개막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주요 인사에 초청장을 발송하느라 분주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급해도 되는 초청자를 다시 선별하느라 초청장 발송이 늦어졌다. 영화제 측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특정 인사의 초청 여부를 질의했으나 권익위 측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해 혼란이 컸다. 영화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산악영화제로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김영란법 때문에 영화제 이외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문화예술 행사에 더 까다로운 편이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바로 다음날인 29일 개막을 앞둔 전주세계소리축제 역시 그동안 고위 공직자에게 보내던 초대권을 없애고 개막공연 행사 일부를 취소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축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ID카드(신분증명서) 발급 대상자를 대부분 줄였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의원, 공무원, 관립 예술단 등에게 보내주던 ID카드를 모두 없앴다. 기자들에게는 취재카드를 발급하되 다양한 행사 가운데 합계 5만원(선물지급 가격 상한선) 이하 행사장 입장만 허용했다. 개막공연 뒤 리셉션(뒷풀이) 일정도 전격 취소했다. 조직위는 또 당초 5만원으로 책정했던 개막공연 입장료를 2만원으로 내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바로 다음 날 시작하는 축제인 만큼 행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적 운용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산물을 앞세운 특산물 축제역시 문화축제 못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송이 최대 주산지인 경북 봉화군은 이달 3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봉화송이축제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매년 봉화송이축제를 개최하면서 축제 기간 50억원 가량 송이를 주로 기업들이 선물용으로 구입해 왔지만 올해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판매가 부진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봉화송이의 경우 최근 최하등급인 5등급(등급외) 제품도 1kg당 5만원 이상 거래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정한 선물 상한액(5만원)으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봉화군 관계자는 송이가 워낙 고가제품이다 보니 올해는 축제기간 송이 판매액이 예년에 비해 부진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다음달 15일 열리는 경북 영주 풍기인삼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축제기간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은 홍삼 액기스는 100g당 8만원을 넘기 때문에 올해 축제에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여름철 폭염 탓에 인삼 전체 수확량도 20% 정도가 감소해 재배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초 전남지역에서 열리는 광양전어축제,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 구례 동편제소리축제 등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제 흥행이 실패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예년에 무료로 제공했던 ‘시식행사 자체도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열리는 ‘제12회 횡성한우축제에선 지난해 600여명에 갈비탕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소고기가 포함된 비빔밥으로 시식 행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올해 부스 숫자도 253개로 작년보다는 줄어들었다.
한성형 횡성군 문화예술담당계장은 작년에 공직자나 기자단에서 와서 시식 등 편의 제공한 경우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행사자체를 축소하진 않고 오히려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인천 = 지홍구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