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유소 부자라고요?…한 달 수십 곳 문 닫아
입력 2016-09-23 19:42  | 수정 2016-09-23 20:25
【 앵커멘트 】
웬만한 주유소 하나를 운영하려면 10억 원 정도는 필요해, 예전부터 주유소 사장은 부자란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옛말이 돼버렸다는데요. 장사가 안돼도 폐업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정규해, 고정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주유소.

인근 도로는 한산하고, 관리가 안 된 듯 스산한 분위기입니다.

최근 문을 닫았는데, 경영난에 시달리던 주인이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인근 주유소 사장
-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나중에 사채 쓰거든 그러면서 더 쪼들리면서 운영난, 경영난이 더 느끼는 거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연간 영업이익은 3,800만 원 정도.


주유소 하나를 차리는 데 10억 원가량이 들지만, 수입은 대기업 대졸자 초봉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 스탠딩 : 정규해 / 기자
- "서울 장안동의 한 주유소입니다. 휘발유 값이 거의 서울 최저 수준인데요. 이처럼 불과 30m 거리에 또 다른 주유소가 인접해 있습니다."

이처럼 주유소간 거리 제한이 없어지고, 알뜰 주유소까지 나오면서 수익이 악화해 폐업하는 주유소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문식 /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 "주유소는 생존을 위해서 제 살 깎아 먹는 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이익을 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정규해 / 기자
- "최근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최저가 주유소까지 알 수 있어 주유소 쏠림 현상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마저 심해지고 있는데요. 장사가 안돼도 폐업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어
서 고정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도 고양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배용수 씨는 올해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4년 전 인접한 도로와 터널 공사로 손님이 줄면서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공사 도중 연료 탱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지자체에 제기한 민원은 해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배용수 / 주유소 사장
- "(폐업을 위해)토양을 복원할 재원이 모두 소진돼서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폐업조차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 스탠딩 : 고정수 / 기자
- "폐업을 하려면 오염된 토양을 복원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3~4억 원 선으로 추산됩니다. "

정화비용 외에도 철거와 인·허가 말소, 토질 검사 비용까지 합하면 폐업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등록만 한 채 영업을 하지 못하는 '유령 주유소'는 전국에 1천여 곳, 전체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 온기운 /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정부가 재정이나 공기업을 동원한 알뜰주유소 정책을 취해왔는데, 이제는 지원을 풀고 일반 주유소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서. "

무더기 폐업에 따른 유령 주유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BN뉴스 고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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