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 전문가 "성과주의 필요하나…효과적 방식으로 해야"
입력 2016-09-23 17:01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사진=연합뉴스
금융노조 총파업 돌입, 전문가 "성과주의 필요하나…효과적 방식으로 해야"


금융노조의 총파업까지 이어진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 이슈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성과주의 도입은 필요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23일 조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호봉제 임금체계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강압적인 도입은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종의 특성 등을 따져 점진적인 도입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오히려 외국에서는 지나친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도 나오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윤이 정체하고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일단 방향성을 정해놓은 뒤 세부적인 수정 사항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학계 석학들이 내놓은 조언 내용.

◇ "공정한 평가체계 구축이 우선…현실적으로 기반 부족해 전면 도입은 무리"
- 박창균 중앙대 교수 -

금융노조의 파업은 기본적으로 노사 문제다. 사용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야기할 수 있고, 노동자는 권익을 지키려 반대할 수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인데 누가 맞다, 아니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그러다가 양보를 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물론 불편이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두고 집단이기주의 등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원칙대로 하면 된다.

물론, 금융 영역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고 호봉제가 유지되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함부로 노조를 욕해서도 안 된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전제조건은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측정 툴을 운영하는 것이 먼저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상급자가 하급자의 평가를 위해 연간 수십 장의 리포트를 쓰고, 그것을 하급자에게 보여준다. 하급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하게 된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더 위에 있는 상급자가 심판자 역할을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상급자의 직무평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그만한 믿음의 기반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례로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잘 도입돼 있다. 이는 다른 업종보다 성과 측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은행이나 보험, 공기업 등에서는 이것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방향성은 성과연봉제로 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업종별 차이를 잘 들여다보며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현재와 같은 강압적 도입은 효과 의문…낙하산 인사 방지가 더 중요"
-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전 한국금융학회장) -

이번 금융노조 파업의 핵심 배경은 성과연봉제 도입이다. 성과연봉제가 은행권 위기 극복에 효과가 있는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 방식이 효과를 낼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은행권이 성과주의를 좀 더 강화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강압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경영진과 직원이 잘 연구하고 논의한 뒤에 정말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성과평가 및 보상 방안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다가는 유야무야되거나 부담만 키울 수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실효성 자체에도 의문이 인다. 선진국은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나친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왔다. 지나친 성과주의가 위험 감수를 부추겼고 버블을 키웠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우리 현실에서도 성과주의가 가계부채를 부추길 위험성을 가질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금융권 경영악화를 혁파하기 위한 더 중요한 과제는 낙하산 인사 방지다. 또 은행 수익성 악화는 저금리 문제와 규제 영향을 받은 부분이 크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다 보니 설득력을 잃고 파업과 같은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 "직무별 임금체계 도입 여건 만들기 위해 필요…방향성 정하고 머리 맞대야"
-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은행산업이 최종적으로 가야 할 종착점은 '직무별 임금체계 도입'이다. 이를 위한 여건을 만드는 과정이 성과연봉제라고 본다. 단순히 일 잘 하는 사람은 월급을 많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적게 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계속해서 똑같은 직무를 한다고 해도 매년 월급이 오르는 지금의 임금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노측도, 사측도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사측이 호봉제를 바꾸지 않았던 것은 연간 3~4%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이윤이 그보다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윤이 정체하거나 줄고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매년 인건비가 4%씩 늘고 이익이 그대로 있으면 10년 후면 은행들이 적자를 내기 시작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원 연봉을 결정하는 '직무' 자체를 어떻게 정할지 방법을 정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방향성을 일단 정해놓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단 연봉체계 변화에 합의하고 세부적으로 어려운 점을 어떻게 고칠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본다.

직무별 임금체계를 도입하면 직업 안정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이 비정규직 텔러를 자꾸 쓰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임금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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