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 몰락에’ 한국 해운업 세계 5위서 14위로 추락
입력 2016-09-23 16:39 

물류대란 책임 소재야 어쨌튼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한국 해운물량 힘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지요.” (A해운사 고위 임원)
국내 해운시장은 한진해운이라는 ‘절대 강자를 정점으로 지배 구조가 짜여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진해운이 건재했을 때 한국은 세계 5위, 아시아 2위 해운 강국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붕괴되며 14위로 위상이 급락하게 됐다.
23일 글로벌 해운조사 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현대상선 양대 해운사를 합친 국내 컨테이너선 보유 규모는 총 97만 9997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다.
덴마크 머스크(319만 5807TEU), 스위스 MSC(279만 4320 TEU), 프랑스 CMA CGM(218만5116 TEU), 중국 코스코(155만2413 TEU)에 이은 ‘톱 5 수준이다.

하지만 법정관리 사태로 용선 회수 등이 가시화하며 한국 해운은 가장 큰 ‘짐꾼을 잃게 됐다. 한진해운 143척 선박 가운데 외국 선주로부터 빌린 배는 84척에 달한다.
회사가 들고 있는 사선(59척)도 대부분 선박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산 배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용선과 사선 회수가 이뤄진다고 하면 한진해운은 10~15척 정도밖에 배가 남지 않는다. 이를 현대상선이 인수한다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시장에서 선박이 초과공급상태인 상황에서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복(43만8000 TEU)만 남으면 14위, 한진해운의 남은 선박을 전부 인수하더라도 10위권 밖의 해운국이 되는 셈이다.
이 틈을 비집고 해외 선사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물류대란으로 한진해운에서 떨어져나간 물량을 착실히 흡수하며 경쟁력을 키울 전망이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 소속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새로운 태평양항로 운항에 나섰다. 머스크는 15일부터 중국 옌톈·상하이와 한국 부산, 미국 로스앤젤레스(롱비치)를 기항하는 아시아~미국서안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노선에는 4000 TEU급 선박 6척이 투입됐다.
MSC도 15일부터 5000 TEU급 선박 6척을 투입해 부산·상하이·옌톈·프린스루퍼트·부산을 경유하는 아시아~캐나다 서안 신규 서비스에 돌입했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이 40여년간 쌓은 국내 무역·항만 등 유관산업 피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9.3%를 혼자서 처리했다. 전국 항만에서 움직이는 컨테이너 8.5%가 한진해운을 통해 움직인다.
이 수송 거인이 무너지면서 국내 해운 공급시장은 ‘무주공산을 맞았다. 지난해 국내 수출액 73%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한진해운은 한국 해상 물동량의 6.6%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한진해운을 대체할 선사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매일경제가 국내 선사 173곳(자체 보유 선박 1088척) 선박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척 이상 선박을 보유한 곳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대한해운, 흥아해운 등 16곳에 불과하다.
이들을 걷어내면 대규모 수송 능력이 없는 중소선사가 대부분이다. 16개 중대형 선사 중 한진해운 선박 비중은 10%지만 해외에서 빌린 선박(84척) 등을 감안하면 전체 선사 중 한진해운 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내 주력시장인 북미 노선은 한진해운(18.1%)과 현대상선(14.4%)이 양분하고 있다. 주요 수출 동맥이 하나 끊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현대상선 양대 해운사 경쟁체제가 붕괴되며 선박 공급 부족-> 운임 상승->해외 해운사로 물량 이전->운임 상승 등 악순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대기업 화주 상당수가 외국 선사로 갈아탈 수 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외국과 거래 능력이 적은 중소기업은 물량을 수송할 선사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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