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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작품은 작가의 것일까`…`W`가 던진 강렬한 물음
입력 2016-09-23 10:30  | 수정 2016-09-23 10:4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MBC 드라마 'W'는 오연주(한효주 분)가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현실과 가상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의 '설정값'으로 움직이던 강철이 자신의 세계를 자각하고, '자유의지'를 갖게 됨으로써 두 세계는 연결됐다. 작가가 창조한 웹툰이 스스로 숨을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파격적인 소재에도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지난 14일 종영했다.
'W'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가 가상인물을 만들 때 부모·자식과 같은 느낌이다. '작품에 소유권이 있느냐, 조율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며 "작품을 낸 후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히스토리를 준다. 작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쓰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웹툰 주인공이 생명을 얻고,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줄거리가 진행되는 것은 'W'가 가진 세계관이다. 작가가 작품의 시작에 참여했지만, 작품 속 내용과 주인공들은 제 나름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W'는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각본을 써온 송 작가가 작품을 다루면서 느꼈던 '작품의 소유권'과 '작품 속 인물의 자유의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쓴 결과물이다.

프란시스 고야가 그린 '아들을 먹어 치우는 사투르누스'는 'W'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그림이다. 오성무(김의성)는 고야의 그림 뒤에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라는 글을 썼다. 작가인 자신과 살아 숨쉬기 시작한 강철의 관계, 이들의 앞날에 대한 복선이었다. 송 작가는 마지막회에서 오성무가 오연주와 강철을 위해 죽는 것을 '나의 죽음'이자 '참회록'이라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마지막회가 방영되기 전 'W' 대본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대본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작가 지망생 외에도 청소년 등 잠재적인 작가들과 시청자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엔딩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고 한 송 작가는 'W'의 주제였던 작품의 자유의지를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대로 현실에 반영했다. 스스로 굴러가는 작품은 오롯이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W'가 다루는 웹툰이라는 소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기기의 발전이 있었기에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웹툰이 공개된 직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줄줄이 달려진 댓글로 확인된다. 회차가 끝날 때마다 모이는 평가들은 웹툰의 다음 회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송 작가는 "시청률이 중요하다. 작가의 생존이 달린 것이다. 시청률은 보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웹툰과 드라마는 클릭수에 작품의 존폐가 달렸고, 시청률이 흥행의 잣대가 된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쉽게 의견을 주고받을수록 작품은 작가의 손에서 점차 멀어진다. 작품 스스로 생존의 위기를 겪게 되는 순간에 작가는 제 손으로, 제 의지로 작품을 밀고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 작품이 '실패작'이라고 끝났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드라마 조기종영 결정에도 반발이 따른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진 것이다. 시청률이 부진해도 온라인의 열린 공간을 통해 소수의 시청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시청자가 작품에 끼치는 영향이 줄거리 뿐만 아니라 평가에도 더 밀접하게 닿아있다.
'W'는 강철과 오성무의 대립, 강철의 자각 등으로 '작품은 과연 작가 만의 것인가' '작가 만이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작품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이 있기에 파생된 질문일 것이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W'의 세계가 계속되듯, 이 순간에도 시청자들은 각자의 'W'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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