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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TV]불륜밖에 안 보여? `공항가는 길`, 편명 `감성폭격기`
입력 2016-09-23 10:12  | 수정 2016-09-23 16:5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이 숱한 뒷말을 남긴 채 첫주차 레이스를 마쳤다. 2회까지 방송된 현 시점, 고퀄리티 감성-영상-연기로 모처럼 만난 수작(秀作)이라는 평이 높지만 "불륜 미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공항가는 길'(극본 이숙연/연출 김철규)은 방송 전부터 '감성 자극 멜로'라는 호평과 '불륜 미화극'이라는 악평을 넘나들었고, 1회 방송 직후 이같은 논란이 붙 붙으며 시청률보다 더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2회 방송분을 통해 마치 스며들듯 빠져드는 감성 멜로의 전형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지지 시청층이 어느 정도 추려지고 혹평보단 호평이 줄을 이으며 냉랭함이 상대적으로 컸던 시청자 반응도 반전되는 분위기다.
비결은 드라마를 채운 감성의 온도다. 이날 방송에서는 스치듯 시작된 두 남녀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의 인연이 계속 될 것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수채화처럼 그려졌다.

각각 '효은이엄마', '애니아빠'로 만난 두 사람은 '아이'라는 공통분모로 가까워졌다. 딸을 잃은 도우는 수아가 들려주는 효은(김환희 분) 에피소드로부터 애니(박서연 분)를 추억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도우에게 위로를 건네던 수아는 섬세하고 살뜰한 감성을 지닌 도우의 친절에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드라마는 서로가 지닌 상처를 무의식중에 보듬어주는 상대에게서 느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무난하게 따라갔다.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인물의 내면을 짚어가면서 첫회에서 쏟아진 "그래봤자 불륜"이라는 매서운 평을 어느 정도 반전시켰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감정의 호흡이 탁월하게 그려졌다. 이숙연 작가 특유의 대사는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냈다. 김철규 PD의 감각적인 연출은 극의 감성을 더욱 섬세하게 완성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 미소와 눈물 등 배우들의 밀도 있는 표현력은 화룡점정.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몰아 부치지 않아도 서서히 스며드는 '공항가는 길'만의 감성이 돋보였다.
방송 말미 공개된 3회 예고편에서는 두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를 보다 밀도 깊게 그릴 것이 암시됐다. 감정의 변화에 따른 행동의 변화는 다소 시간차를 두고 그려지겠으나 "애매모호한 관계"가 보다 표면화될 전망이다.
현 시점 전개까지는 수아의 감정의 변화는 잔잔한 호수에 날아온 작은 돌이 주는 파장 정도. 하지만 적어도 도우에게는 딸을 비명에 잃은 절망적인 순간 전해진 수아의 진정어린 위로가 의미심장하다.
남편으로서 아내 혜원(장희진 분)를 보듬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혜원 특유의 방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에, 가정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 가운데서 뜻밖에 맺게 된 인연 수아가 도우에게 향후 어떤 의미를 갖게 될 지 주목된다.
다만 캐릭터들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지니는 함의를 불륜 관계로 재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공항가는 길'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은 극과 극이 될 터다.
제작발표회 당시 PD가 언급한대로 이는 시청자가 판단할 지점이며, 물론 불특정 다수 시청자의 다양한 판단과 평가 역시 '공항가는 길'이 감수할 몫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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