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천 국장급 공무원 술자리서 시의원 폭행…실명 위기
입력 2016-09-23 09:50 
제천 / 사진=연합뉴스
제천 국장급 공무원 술자리서 시의원 폭행…실명 위기


충북 제천시 국장급 공무원이 술자리에서 시의원에게 시가 제출한 조례 개정안 찬성을 요구하며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해당 공무원과 시의원은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을 벌였고, 시의원은 각막을 다쳐 실명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3일 제천시와 제천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저녁 제천시청 이모 국장과 제천시의회 홍모 의원은 제천시 장락동 한 음식점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은 홍 의원에게 시의회에 상정된 '제천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에 찬성해 줄 것을 부탁하며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이 국장은 "조례개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며 홍 의원에게 사실상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국장은 홍 의원이 서명을 안 하겠다고 버티자 말싸움 끝에 음식점 밖으로 데려 나와 폭행했습니다. 홍 의원은 눈을 크게 다치고 코뼈도 내려앉았습니다.

당시 술자리에는 이 국장과 홍 의원, 제천시 공무원 3명 등 모두 5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자리를 옮겨 2차 술자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폭행당한 직후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실명 위험이 있어 대형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원주 대학병원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이 국장도 홍 의원과 싸우는 과정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이 국장은 제천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건립을 위해 시가 의회에 제출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에 찬성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이날 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천시는 현재 회기 중인 제244회 제천시의회 임시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소관 상임위에서 수정 통과되면서 창작 클러스터 관련 부분은 사실상 부결됐습니다.

제천시는 개정안을 오는 27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수정 상정해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의원 13명 중 4명이 수정 발의하고 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합니다.

이 국장은 모 의원에게 수정 발의를 부탁했고, 이 의원이 "의원 7명에게서 찬성 서명을 받아오면 해주겠다"고 하자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제천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는 국비와 도·시비 229억 원을 들여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등이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는 단독주택 형태의 집필실 10여 채와 예비 작가 연수시설, 영상자료실, 세미나실 등을 짓는 사업입니다.

제천시는 애초 클러스터 예정지를 금성면 성내리 왕건 촬영지로 정했다가 청풍면 교리 시유지로 옮겼지만, 이곳이 수변경관 보전지역이어서 사업에 차질을 빚자 뒤늦게 조례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제천시의회는 23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의사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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