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쭈르르” “쏴아아” 화장실 층간소음 없앨 수 있다
입력 2016-09-23 08:02  | 수정 2016-09-23 19:05
층상이중배관공법으로 시공된 공동주택 욕실의 단면 [자료제공: 청완]
# 매일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 이모씨(45, 서울 중구 A아파트 405호)는 남편과 아이를 각각 회사와 학교로 보낸 후 오히려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집안일 시작 전 잠시라도 몸을 쉬려 누우면 윗집의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정적도 깨지고 기분마저 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리현상인데 화장실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속만 끓이고 있다.
# 지난해 정년퇴임하고 소일거리를 찾고 있는 김씨(58, 서울 중구 A아파트 505호)의 하루는 자녀들이 출근한 뒤 오전 9~10시경 시작한다. 그는 외출준비를 위해 욕실에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 집에서 속 시원하게 씻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이런 일상은 수도 물 트는 소리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는 아랫집의 항의를 받은 뒤부터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건설·설비기술은 수십 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이웃 간 갈등이 방화나 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며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8700여건에 그쳤던 층간소음 민원접수는 지난해 1만9000여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주거형태별로는 총 1만6846건의 민원 중 1만3517건이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체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건설사들도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층간소음 저감 특허기술과 설계를 접목한 단지를 선보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성동구 금호동 ‘금호 대우(2000년 10월 입주) 아파트에는 ‘진동 방지재를 적용해 일반 아파트의 층간소음(70~80㏈)을 60㏈까지 낮췄다. 용인시 기흥구 ‘장미 삼성래미안 2차(2003년 7월 입주)에는 가구 내부 바닥재와 마감재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내부 소음을 줄이는 ‘소음 저감형 설계가 도입된 바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설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특허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실제 특허청에 출원된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12년 141건, 2013년 285건, 2014년 311건으로 점점 증가 추세다.
이와 함께 아파트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윗층 화장실이나 욕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 즉, 배관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공법이 개발돼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법이 ‘층상이중배관공법(Double Up System)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업체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나 설비업체가 아닌 23년 동안 화장실 배관시스템만 전문으로 개발·생산해온 중소기업 청완(대표이사 최해권)이다.
청완은 ‘층상이중배관공법을 지난 2007년 특허출원했다. 이후 이 공법을 적용한 단지가 늘어나면서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국가 신기술로 지정됐고, 시효가 만료된 올해 국토교통부는 기술보호 기간을 4년 6개월 더 연장했다.
◆ 층상공법 선두업체 청완…12만여 가구 ‘층상이중배관공법으로 배관소음 해결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살면서 윗집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를 듣는 건 다반사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웃 간 갈등도 빈번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관련업체의 다양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화장실에서 층간소음이 유난히 심한 이유는 각종 배관이 바닥으로 연결된 층하배관시스템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아랫집 사람은 윗집의 배관을 머리 위에 두고 있어 애초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는 아파트에 거주한 셈이다.
이 같은 층하배관시스템의 단점을 없앨 수 있는 ‘층상이중배관공법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것이 청완이 층상공법 선두업체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지난 2013년 7월 3일 청완의 ‘층상이중배관공법이 적용된 ‘래미안 전농크레시티 전용 112㎡형 빈집에서 윗집 화장실에서 물을 내려 소음 정도를 측정했더니 32㏈이 나왔다. 세면대에 물을 모았다가 내렸을 땐 20초간 평균 27㏈, 샤워를 할 때는 29㏈이 나왔다. 이는 같은 기준으로 ‘층하배관 방식을 쓴 기존 아파트에서 측정 시 나오는 40~51㏈보다 크게는 20㏈ 가까이 차이가 발생했다.
청완에 따르면 현재 이 공법이 적용돼 완공된 아파트는 6만9526가구다. 여기에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5만8605가구)까지 합치면 총 12만8131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층상이중배관공법 설계를 적용하겠다는 단지가 급증하면서 당장 시공에 들어가야 할 아파트만 5만 가구가 넘는다.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도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화장실 급배수로 인한 소음해결을 위해 팔을 걷은 만큼 이 공법을 채택하는 아파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해권 청완 대표는 "예전 건설사들은 분양률만 생각해 '눈에 보이는' 외관 자재에는 수백만원씩 투자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화장실 층간소음 제거에는 단돈 5만원도 쓰기를 꺼려했다"면서도 "최근 층간소음(배관소음)이 사회문제화되면서 SH공사, 삼성물산, GS건설 등 '층상이층배관공법'을 적용하는 건설사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현장에서 우리 공법을 선호하고 있어 현재 5%에 불과한 보급률이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청완이 최근 개발한 듀비스시스템(DUBS)은 욕실을 욕실 바닥면과 일치하는 별도 제작된 방수함과 그 방수함 내부에 설치되는 오배수배관(세대지관), 배관과 방수함의 빈 공간을 채우는 블록으로 구성되는 이중 바닥구조로 시공이 간편하고 시공비를 절감할 수 있다. [자료: 청완]
‘층상이중배관공법은 화장실 층간소음을 저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오물 냄새를 차단하고,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윗집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화재로 인해 발생한 유독가스로부터 안심할 수 있다.
특히 배관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아랫집으로 내려가 눈칫밥 먹으며 작업을 해야 하는 층하배관시스템과 달리, 관속에 관을 넣는 이중배관 설계는 바닥을 깨지 않고 간단하게 교체나 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건설사는 화장실 층상배관공법을 적용할 경우 소음저감으로 인한 녹색건축물, 지능형건축물, 장수명주택인증제 등의 용적률 인센티브와 지방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청완의 기술개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층상배관 바닥 조립식공법인 ‘듀비스시스템을(DUBIS SYSTEM)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손태윤 청완 기술개발실 부장은 듀비스시스템은 건식공법으로 욕식바닥을 조립해 만들기 때문에 애완견 욕조, 체중계, 손빨래 개수대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오수관의 교체나 보수를 입주자가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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