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Road to 고척] "내일은 더 좋은 결과를" 파키스탄의 `무한도전`
입력 2016-09-23 05:07 
파키스탄 선수단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간에 국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美 뉴욕)=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뉴욕) 김재호 특파원] 마이크 앞에 선 한 무리의 중년 남성들이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자도 음정도 엉망이었지만, 모습은 진지했다. 기수가 들고 있는 국기를 바라보는 파키스탄 선수들의 표정도 그랬다.
파키스탄은 23일(한국시간) MCU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0-10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2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이후 무더기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파키스탄은 한국이나 일본, 대만과 비교하면 몇 수 아래 팀이지만, 서남아시아에서는 야구 강호로 꼽힌다. 아시아야구선수권의 하부 대회인 아시안 베이스볼컵에서 다섯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저력이 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 중국을 맞아 9회까지 버텼고, 몽골을 상대로는 승리를 거뒀다.
당차게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첫 시도에서는 고배를 들었다. 공수에서 실수가 이어졌다. 첫 타자로 나선 무하마드 수마이르 자와르는 안타로 출루했지만, 다음 타자가 삼진을 당했을 때 인플레이 상황인줄 모르고 베이스에서 발을 떼고 있다가 포수 견제에 아웃됐다. 그는 자신이 왜 아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3회 첫 실점 장면에서는 병살타가 될 수 있었지만 2루수 파퀴르 후세인이 주자를 피하지 못해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지며 병살 기회를 놓쳤다.
좋은 장면도 나왔다. 유격수 아살란 자마쉐이드는 4회 무사 2루에서 루이스 카마르고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 아웃시키며 실점을 막았다. 첫 투수로 나온 이나얏 울라 칸도 2회까지는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시에드 파크하르 알리 샤 감독은 "오늘은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파키스탄은 선수 중 5명이 경기 전날이 돼서야 뉴욕에 도착했다. 좌완 에이스 한 명은 비자 문제로 미국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샤 감독은 "그가 있었다면 결과는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국내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없는 이들에게는 이날 경기장도 낯설었다. 샤 감독은 "우리에게는 이런 구장이 없다. 공이 튀는 것도 연습했을 때와 약간 달랐다"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만 더 있다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소개 시간에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샤 감독. 사진(美 뉴욕)= 김재호 특파원
상대 팀인 브라질의 배리 라킨 감독은 "전반적으로 인상적이었다"며 파키스탄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수비는 약했지만, 배트 스피드는 인상적이었다. 크리켓의 나라 아닌가. 높은 코스의 공을 공략하는 것은 놀라웠다. 첫 투수로 나온 칸도 낮게 제구가 잘되는 모습이었다"며 낯선 나라에서 온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이어 "아직 발전중인 국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 7년전 우리가 했던 실수들을 지금 이들이 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에게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파키스탄은 하루 뒤 이스라엘-영국전 패자와 패자부활전 경기를 갖는다. 사실상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다. 샤 감독은 "매 경기 배우고 있다. 내일은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루 뒤에는 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하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