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첨성대가 2cm 기울었다. 지반침하로 매년 0.1cm씩 기울던 걸 고려하면 지진으로 20년 치가 한꺼번에 기운 셈이다. 첨성대는 건물의 용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불린다. 신라 선덕여왕 재위(632∼647) 때 건립 돼 1500년의 세월을 버텨낸 건축물이다.
문화재청은 20일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 발생 후 경주지역의 문화재들을 점검한 결과 첨성대가 중심축에서 북쪽으로 22.5㎝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감사원이 발표한 수치(20.4㎝)에서 약 2㎝의 이상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첨성대의 기울기 조사는 시기와 측정자에 따라 오차가 발생하지만 이는 0.3cm 안팎으로 이번처럼 급격한 변화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자석(井字石) 남동쪽 모서리도 5㎝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 규모 4.5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향후 첨성대의 보존과 보수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김덕문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정확한 피해 수준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2cm는 첨성대가 현상태를 유지하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도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재발한다면 첨성대 정상부의 정자석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지진 이전에도 첨성대는 하부 지반이 불규칙하게 내려 앉으면서 이격(석재들의 벌어짐)과 균열, 변색 등이 진행 중이었다. 첨성대는 현재 중점관리대상 문화재로 선정돼 2014년부터 연 4회씩 정밀 점검을 받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작성한 ‘첨성대 구조모니터링 결과보고에 따르면 이미 30여 곳이 훼손됐고 기단 북쪽이 지속해서 침하하고 있어 매년 평균 0.1cm 씩 기울고 있는 상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오히려 지진에도 잘 버텨줬다고 보는 게 맞다”며 현대 건축물의 내진 설계 기법이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첨성대는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크고 12단까지는 내부가 흙으로 채워져 있어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위치해 진동이 와도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주 지역에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첨성대의 보존을 위해 해체까지 고려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실장은 상당히 연구가 필요한 사안으로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며 대답을 유보했다. 문화재청 측은 공식적으로 해체를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해체 논의가 시작되려면 일단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전문가 논의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가지도 않은 상황이다”며 지금은 피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복원을 할 것은 맞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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