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13일 뉴스초점-'재난처'가 된 '안전처'
입력 2016-09-13 20:38  | 수정 2016-09-13 20:57
천만다행이다….
큰 일이 닥쳤지만 무사히 잘 지나갔을 때 하는 말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말이 절로 나온 분들 많지요? 어제 저녁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말입니다.

갑자기 집과 건물이 흔들리고 일시적으로 전화와 인터넷도 먹통이 되는 바람에 밖에 나간 가족이, 집에있는 가족이 무사한지 서로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크고 작은 여진도 계속 이어졌는데 말이지요.

이럴 때 국민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엔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을 총괄하는 '국민안전처'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만들어져서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수습체계를 마련하는 곳이지요.

당연히 국민들이 의지해야 할 곳인데, 어제 저녁 뉴스 속보를 통해 전해진 건 불안해하는 국민의 모습뿐, 국민안전처는 물론 정부·국회 그 어느 곳의 소식도 전해진 건 없었습니다.

재난문자도 보시다시피 두번째 지진이 일어난 후인 8시 40분, 사상 최대의 지진이 일어난 지 8분이 지나고서야 보냈습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2분 이내에 건물이 무너지는데도 말이죠.

그나마, 알아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를 찾아간 국민들…. 그런데 그 홈페이지마저도 다운이 돼버렸습니다.


'사용량이 폭주해 통신망이 다운됐다', '진도 규모도 곧바로 분석할 수 없다'… 경주에서 지진이 났는데 전 국민에게 문자를 보내야 하는지 의논해야 했고, 2G폰 사용자에겐 그림과 글이 있는 행동요령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참,누가 들을까 창피한 변명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고 있습니다.

출범한지 2년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지침도 없고, 심지어 재난 상황조차 파악이 제대로 안된다면 '직무유기' 아닐까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은 생긴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법에 따라 처벌된 공무원이나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고, 재난 대응 매뉴얼도 3천여 개나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도 않고 지킬 의지도 부족해 보입니다.

그럼,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중앙기구가 지원하는, 지역 중심의 안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풀어보면,
세종시에 있는 국민안전처가 모든 상황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전국 227개의 시군구에 재난 대비 기구를 만들어 그 권한과 책임을 넘겨줘야 한다는 겁니다. 중앙정부는 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기술과 재정을 지원하고, 각 지방은현장 상황에 맞게 발빠른 대처를 하라는 거죠.

1979년 미국은 이미 연방 재난관리청을 만들어 중앙기구는 재정 등의 지원을 하고, 현장에서 일어난 일은 해당 주와 지역민들이 수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규모 토네이도나 홍수피해가 왔을 때 주민 대피와 사후 처리 등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었죠.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선 지진이 발생한 지 단 3초 만에 속보를 냈고, 26분 만에 총리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우린 3시간 만에 대통령이 첫 지시를 내렸고, 대통령도, 총리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지 않았으며, 국민안전처를 방문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이탓, 저탓만 하는 정부….

지금은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가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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