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한진은 책임공방…아시아 물류 시장 노리는 해운공룡
입력 2016-09-13 16:44 

정부와 한진해운이 물류대란 해결의 책임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운데 머스크·MSC 등 글로벌 해운 공룡들이 아시아-미주노선 장악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해 해운 경쟁력을 이어갈 것이라던 현대상선에 대해서조차 업계에서는 ‘계륵으로 전락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외 대형 해운업체들이 잇따라 부산항을 기항하는 선박을 늘리고 있다.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 MSC는 부산항을 경유하는 아시아-미주 노선에 부산항을 경유하는 새 노선을 개설하고 각각 6척의 선박을 투입할 계획이다. 수출 화물 선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화주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머스크와 MSC가 먼저 아시아-미주노선에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고 나면 현대상선의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내년 두 회사가 소속된 해운동맹 2M에 합류할 예정이다. 2M은 아시아 지역의 노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리 한진해운이 버티고 있던 아시아-미주 노선을 장악하게 되면 2M 소속 해운사들은 현대상선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이미 현대상선만으로는 한진해운의 빈 자리를 메우기 충분치 않다는 게 드러났다. 부산항만공사는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해운동맹 CKYE가 대체선박을 투입하면 해당 선박에 대한 항만시설사용료를 100% 감면한다고 전날 밝혔다. 환적물량 감소로 부산항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부산항 물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부산항만공사가 나서 외국 선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해상 물류를 외국계 선사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각각 400억원, 100억원씩 내놓기로 했지만 부족한 자금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을 육지로 내리는 데 약 17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한진해운 관련 물류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혈세 투입은 없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면서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한진해운의)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한진그룹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책임지라고 종용한 데 대해 주식회사 제도를 파괴하고 자본주의를 망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들은 이번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도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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