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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1위 굳혀가는 김세현 “힘들지만 재미있다”
입력 2016-09-13 06:01 
김세현은 12일 현재 34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1위다. 시즌이 끝나갈수록 역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염경엽 넥센 감독의 2016년 프로젝트 중 하나는 거의 완성 단계다. 김세현 앞에 ‘세이브왕 타이틀 달아주기. 마무리투수 첫 해부터 세이브 1위다. 잔여 경기가 있지만 사실상 유력이다.
김세현은 지난 2일 고척 SK전(2이닝)을 끝으로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튿날 경기(고척 한화전)에서 블론세이브를 했으나, 팀의 연패로 등판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0일 고척 두산전에서 1사 만루 위기를 딛고 4연패 탈출에 기여했다.
김세현은 12일 현재 56경기에 등판해 2승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2위 박희수(25세이브·SK)와 9개차. SK는 넥센(16경기)보다 적은 12경기만 남았다. NC가 23경기를 더 치러야 해, 현실적으로 임창민(24세이브)이 위협적인 경쟁자다(9월 5경기 3세이브). 그러나 김세현이 현 페이스만 유지해도 생애 첫 타이틀 수상에 가까워진다.
김세현은 ‘대박을 쳤다. 어느 해보다 마무리투수의 고충이 심한데, 김세현은 눈길을 끌만 하다. 8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지만, 그는 1번의 패전도 없다. 팀 승리를 높은 확률로 지켜내고 있다. 김세현이 등판한 56경기에서 넥센은 47승 1무 8패를 기록했다. 12일 현재 넥센의 승수는 70승. 67.1%에 이바지했다.
다른 마무리투수와 비교해도 빼어나다. 피안타(0.290)가 많지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1.24다. 볼넷이 6개에 불과하다. 지난 6월 25일 잠실 LG전에서 첫 볼넷을 허용했다. 그의 시즌 33번째 경기 만이었다. 볼넷을 줄 바에 안타를 맞는다. 시즌 내내 공격적인 피칭이다.
233명의 타자를 상대해 피홈런은 딱 2개. 지난 6월 24일 잠실 LG전 히메네스에게 맞은 게 마지막이다. 12일 현재 2세이브 이상 기록한 투수는 31명. 이 가운데 김세현보다 피홈런이 적은 투수는 군 복무를 마친 지 얼마 안 된 홍상삼(0개·두산)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러나 그 자리 이전에 능력을 갖췄던 투수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김세현의 활약을 반기면서 아주 놀랄만한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확실한 건 그의 머리와 가슴은 마무리투수에 잘 어울린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까, 툭툭 털고 빨리 잊는다.

김세현은 마무리투수에 대해 ‘힘든 위치라고 표현했다. 늘 대기다. 오늘 등판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 경기 불펜에서 준비를 한다. 몸을 풀지 않더라도 긴장감을 풀지 않는다. 그 스트레스는 불펜 투수들이 겪는 일상이다. 거기다 한 번 잘못 삐끗해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모든 투수는 매 경기 잘 할 수 없다. 잘 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다. 더 잘 하는 날이 많은 게 중요할 따름이다. 좋지 않을 때는 이유가 있다. 분석이 됐을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김세현은 지금 내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지만, 그건 결과가 따라줬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보다 더 힘든 위치다”라고 했다.
힘들어도 재미있다는 김세현이다. 그는 마무리투수로 첫 해다. 아직도 잘 적응 중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매 경기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 그래서 운도 좀 따른 것 같다”라며 그래도 첫 해부터 잘 돼 그런가, (점점)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세현은 최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투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KBO리그 최고 소방수로 떠오른 그를 빠트릴 수는 없다. 김세현은 갈 수 있다면 좋다”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대표팀만 향하고 있지 않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달려야 할 거리는 앞으로 훨씬 많이 남아있다.
10년은 더 뛰고 싶다는 김세현이다. 마무리투수는 그에게도 전환점이자 기회다. 이제 첫 걸음이지만 확실히 뿌리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롱런을 위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결정구를 추가 장착하겠다는 김세현이다. 그는 세이브는 개인 기록이지만 팀 승수도 함께 추가된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고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마음가짐은 더 이상 초보 마무리투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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