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해운 선박, 항구 문은 열렸지만…하역비용 마련 관건
입력 2016-09-12 14:37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자산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최종 승인하면서 물류대란 해소 실마리를 찾았지만, 자금 확보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를 승인함에 따라 롱비치항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한진해운 선박들은 하역작업을 재개했다. 정부와 한진해운은 독일, 스페인 등 주요 기항지 국가의 법원에도 스테이오더를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스테이오더를 승인받아 압류 걱정 없이 입항을 해도 자금 문제가 남는다. 하역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미국 항구의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기 위해 약 180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를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한 불은 껐지만 다른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박의 화물을 내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한진해운이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한진그룹으로부터 받기로 한 자금 지원 중 일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 10일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안을 담보 선취득이라는 단서를 달아 확정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먼저 확보한 뒤 자금을 대여하겠다는 것이다. 담보를 미리 확보하지 않고 한진해운에 자금을 대여하는 데 대해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은 배임죄 저촉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롱비치터미널의 나머지 지분 46%를 가진 MCS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또 한진해운이 가진 지분에 이미 담보권을 설정해둔 해외 6개 금융회사의 의견도 넘어야 할 산이다.이들이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이 내놓기로 한 400억원은 이르면 다음날 한진해운에 지원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을 내리는 데만 1000억원에 이르는 하역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를 피하기 위해 항구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거나 하역료를 내지 못해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지 못하는 한진해운 선박은 전날 오후 기준 91척이다. 해운업계는 이 선박들이 모두 30만여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컨테이너 1개를 하역하는 데 300~450달러(한화 약 33만~50만원)의 하역료가 든다. 최소 비용으로 모든 컨테이너를 내린다고 가정해도 99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하역한 컨테이너를 목적지까지 보내는 육상 물류비용은 별도다.
항만에서 하역업체들이 이전에 밀린 하역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며 하역작업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한진해운은 하역비, 용선료 등을 내지 못해 약 6500억원의 상거래 채무를 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 항구에서 대금을 지불했다는 소식이 다른 항구에 전해지면 도미노처럼 한진해운에 미수금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돈만 내고 물건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소 비용으로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항만 업체들과 협상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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