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기록부 조작…"성적 좋은 학생에 후한 인성 평가"
입력 2016-09-07 18:04 
생활기록부 조작 / 사진=연합뉴스
생활기록부 조작…"성적 좋은 학생에 후한 인성 평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조작하고 교직까지 매매하는 비리 행위를 저지르며 교권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광주 모 사립학교는 2014∼2015년 명문대 입학 수시를 위해 1등급 학생 25명을 특별 관리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특별 선발된 이들 학생은 명문대를 보내려는 학교의 목적 달성을 위해 특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들 학생 가운데 성적은 좋지만 학교 활동에서 담임 교사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은 일부 학생의 경우에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접속 권한이 없는 학년 부장교사가 무단으로 나이스에 들어가 좋은 평가를 받도록 수정해줬습니다.


권한이 없는 이들 부장교사에게 교장이 권한을 임의로 부여해 조작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들 교사가 이 기간 나이스에 무단 접속한 횟수는 229회, 생기부를 조작한 횟수는 36회에 이릅니다.

이렇게 특별 관리된 학생들은 성적 뿐만이 아니라 수시를 위한 생기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이들 학생은 교장의 지시로 별도 운영된 심화반에서 특별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교사들은 심화반에서 이들 학생들을 가르치며 2천500만원의 교습비를 받았습니다.

일부 학부모에게서는 300만원의 촌지를 받았고, 일부 교사는 생기부 조작을 대가로 100만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러한 비리 행위는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정책 방향 아래 대학 입학에서 수시 모집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성적만으로는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수시에서는 내신과 수능 성적 뿐만이 아니라 생기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생 평가를 생기부에 기재하는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나이스에서 생기부 입력·수정 권한은 담임 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로만 한정돼있습니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학교 생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면 교사가 이를 생기부에 반영해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수시를 통한 대학 입시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생기부에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평가를 주게 된다면 성적 위주의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수시를 확대하는 교육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게 됩니다.

한편, 지난달에는 교사 채용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광주 모 사립학교 법인 이사장, 이사,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돈을 주고 교사로 채용된 이 학교 법인 산하 중·고등학교 교사 등 6명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학교 법인 이사진은 모두 친족 관계로 학교 운영권을 장악하고 교사 채용에 관여했습니다.

노골적으로 교사 채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형식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돈을 준 이들을 교사로 채용했습니다.

이사장 등에게 돈을 건넨 이들도 대부분 이 학교 기간제 교사들로 정교사로 채용되기 위해 돈을 상납했습니다.

전교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지켜본 학생과 교원 채용에서 탈락한 응시자들에게 교육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안겨 그 박탈감과 폐해가 심각하다"며 "교육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부 교사의 도덕적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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