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기관, 모처럼 외국인 이겼네
입력 2016-09-07 17:45  | 수정 2016-09-07 19:58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7월 초 이후 삼성그룹·현대차그룹주를 주로 주워 담은 국내 기관들이 다양한 업종을 담은 외국인들에 비해 2배 이상 투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2개월간 기관·외국인·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기관투자가의 평균 수익률이 15.32%로 가장 높았다. 연기금과 외국인이 많이 담은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0.71%, 7.23%다.
기관과 연기금이 순매수한 종목들 가운데 유독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주가 많이 포진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을 321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주가는 23.58% 상승했다. 삼성화재도 1941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주가는 같은 기간 6.9% 올랐다. 또 기관들은 현대차(2379억원) 현대중공업(2040억원) 현대모비스(1122억원) 등도 선호했는데, 현대중공업은 3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KB금융과 현대증권이 동시에 기관투자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KB금융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병하는 절차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기관들도 그동안 두 회사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과 현대증권 주가는 각각 20.24%, 17.14% 올랐다. 연기금의 경우 삼성·현대차그룹주에 대한 관심이 기관보다 더 강했다.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두 회사 관련 종목들이다. 연기금은 7월 이후 삼성전자(4067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물산(2112억원) 현대차(1650억원) 삼성화재(124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생명도 808억원어치를 담았다. 다만 연기금들은 코스피 상승 구간에서 하락장을 예상하며 KODEX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사들이면서 수익률 면에서 손해를 봤다.
반면 외국인들은 특정 업종보다는 실적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 행태를 보였다. 이 기간 SK하이닉스(7687억원) 아모레퍼시픽(5151억원) 네이버(4897억원)를 가장 많이 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강세 영향으로,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의 성장 기대감 등으로 최근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는 종목이다.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그룹주나 현대차그룹주 관련 종목이 전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은 올해 이익보다는 밸류에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이익 성장률이 높은 종목에 꾸준히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중공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60배, 0.68배에 불과하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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