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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레이더] `삼성전자 상승` 로봇이 예측한 비결은
입력 2016-09-07 17:35  | 수정 2016-09-07 21:00
◆ 로보어드바이저 / 크레디트스위스 홀트 ◆
"이달 생활비를 얼마나 썼어?"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령 지난달 여름휴가를 가면서 3개월 할부로 비행기 요금을 냈다고 하자. 그 금액은 3개월에 걸친 생활비로 봐야 할까, 아니면 지난달 지출한 생활비로 봐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1년에 한 번 가는 것이니 12개월로 나눈 생활비로 봐야 할까. 이 중 뭐가 맞는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동종 또는 경쟁 회사와 비교해 어느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도 핵심은 이런 질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회사마다 회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실체는 같더라도 회계상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회계 기준 차이로 인한 착시 효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회사의 실적을 하나의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영업 현금 흐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회사의 실적을 회계상 지표보다는 현금 지표로 변환해 분석하는 방식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도 회사의 재무구조를 현금 흐름이 점점 좋아지게 보이는 방식으로 바꿔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채무를 재무제표상의 현금 흐름에 반영이 안 되게 해외 투자 자회사에 부담시킨다.
또 그 채무를 기반으로 본사에서 현금 배당을 함으로써 회사가 영업 현금이 좋아져 배당을 늘린 것처럼 착시현상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도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이 심화됐다. 그런 이유로 요즘 투자자들은 단순한 현금 흐름 분석을 넘어서 그 현금의 원천까지 분석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홀트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빨리 알아채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디서 이런 신호가 잡힌 것일까.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애플 IBM의 현금 유입과 부채, 현금 자산 지출을 비교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애플과 IBM은 2007년 이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이때 지출된 현금의 원천을 살펴보면 애플의 경우는 순현금 유입이 늘어난 것이고 IBM은 부채를 증가시킨 것이다. 전통적인 현금 흐름 방식으로 살펴본다면 얼핏 두 회사 모두 투자 활동을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비슷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금의 원천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우도 둘 다 순현금 흐름이 늘고 부채는 거의 늘지 않아 현금 흐름이 좋아 보이지만 자금 유출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 친화적 정책을 폈고,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성장을 위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쏟아부은 돈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래서 영업 현금 흐름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교과서적 상황에서도 쉽게 주가가 상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실적 전망이 개선되면서 과거 2~3년간 멈춰 있던 투심이 주식시장에 급격히 반영돼 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식시장이 상승하려면 특정 업황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는 것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영업 현금이 꾸준히 재투자되고 그 결과 실적 개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기대해본다.
※ 이 글은 크레디트스위스(CS) 홀트의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의 최혜령 수석(공인회계사)이 작성했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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