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압구정동 재건축 `숨고르기`
입력 2016-09-07 17:21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중개업소에는 아파트 주민과 투자자들 문의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 '대한민국 부촌1번지'인 서울 압구정 일대에 대해 서울시가 기존 정비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키로 하자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건축 사업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 악재이지만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호재가 아니냐는 문의가 대체적으로 많다"고 평했다.
이날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 개발 계획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으로 가구 수가 1만~1만5000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대 교통 여건까지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해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는 압구정 지구를 광역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특별계획구역 지정 등으로 단지별 특화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창의적인 건축 계획을 토대로 복합 개발을 하거나 우수한 설계안을 반영하기 위해 현상설계 등이 필요한 곳을 뜻한다. 기존 정비기본계획으로는 특별계획구역 지정이 어렵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등 압구정로변 중심시설 용지가 맞춤형으로 관리된다. 교통영향 평가 등을 통해 동호대교 램프나 도로 폭 변경 등 방안도 다뤄진다.
압구정 재건축 개발 틀이 지구단위계획으로 바뀌지만 시가 개발안을 이달 말 공개한다니 주민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재건축을 추진해야 속도가 붙을 텐데 재건축하려면 더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주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 전환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G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길게는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여서 사업 과정에서 1~2년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압구정 위상에 걸맞게 체계적으로 재건축하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다만 아파트값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단지별로 세부계획 등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걸려 재건축 시기가 유동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B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몇 달 새 2억~3억원씩 아파트값이 뛰었던 것"이라며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그동안 불붙었던 매수세는 다소 진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압구정 아파트값은 보합세를 보였다. 현대 3차 전용면적 82㎡는 16억~17억원대이며, 신현대 전용면적 108㎡는 18억5000만~19억원 수준으로 최근 시세와 엇비슷하다. 개발안 내용에 따라 아파트값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 특색을 살린 명품 단지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개발계획안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며 "장년층 주민들이 얼마만큼 재건축에 호응할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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