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왁스·세제원료 생선이 메로구이 둔갑…22톤 시중에
입력 2016-09-07 14:19 

일부 음식점이 왁스와 세제 원료로 사용되는 어류인 기름치(oilfish)를 비싼 메로구이로 속여 판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치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이 있어 설사, 복통 등을 유발해 2012년부터 국내 식용 유통이 전면 금지된 어종이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정모 씨(52)를 구속하고 정씨로부터 기름치를 납품받아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매한 음식점 대표 김모 씨(59)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8800만원 상당의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을 구이용으로 가공해 국내 7개 도·소매업체와 12개 음식점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 번에 한 사람이 섭취하는 메로구이가 약 100g인 점으로 미뤄 이 기간에 유통된 기름치는 약 22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기름치 살코기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해 작업 후 폐기하게 돼 있는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을 국내 판매용으로 가공했다.
정씨는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을 받을 때는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의도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음식점 대표 김씨 등은 불법으로 가공된 기름치 부산물을 고가의 메로구이로 속여 손님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000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원에 가까워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였다. 기름치를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메로구이와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이 적발한 도·소매 업체와 음식점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은 부산,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연류된 것으로 보아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 음식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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