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최은실 “사연 많은 거지 여인, 쉽지 않았죠”
입력 2016-09-07 09:36 
사진=최은실
[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거지 여인으로 등장해,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더할 뿐 아니라, 반전의 키를 쥔 중요한 역할을 광기 서린 눈빛으로 해낸다. 결코 가벼워서도 안 되고, 진지해서도 안 되는, 모두가 미친 여자로 보지만, 완전히 미친 것 같지 않은 그 어려운 지점에서 완벽한 중심을 잡는다. 내지르는 발성과, 무대를 아우르는 분위기로 봐서는 신예는 아닌데, 검색도 되지 않는 이 배우. 바로 최은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은실은 2015년 ‘명성황후에 출연한 이후, ‘스위니 토드에 올랐다. 하지만 최은실의 진가는 1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가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일본 ‘사계 극단에 입단해 10년이 넘게 일본 대극장 공연에만 오른 실력파다. 당시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을 꿰차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당시에는 TV에도 나오고, 이슈가 됐어요. 그때는 ‘왜 이슈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저 실력만 있으면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일본에 갔어요. 당시는 앙상블로 데뷔해 공연하면서, 연습에 매진했고, 성악보다 뮤지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때였어요. 친구가 일본에 가서 노래 한 곡 부르면 된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일본의 시스템이 체계적이라 계속 하게 됐어요.”


그럼 무엇이 최은실을 한국 무대에 다시 서게 한 힘일까. 일본에서 대작에 출연한 만큼, 한국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꿰찰 법도 하지만, 그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 10년 만에 오른 2015년 ‘명성황후는 돌아온 한국 무대인, 동시에 그 시작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더 일찍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사실 좀 더 큰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도 많이 변했더라고요. 인지도도 중요하고요. ‘명성황후는 예전에 올랐던 무대고, 제작사와도 친분이 있었어요. 물론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는 올랐지만, 1, 2년 쉬면서 무대를 더 익히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스위니 토드는 최은실에게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한때 아내와 딸을 보살피는 가장이자 건실한 이발사였던 벤자민 바커가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를 향한 복수를 그리는 작품이다.

‘스위니 토드에 캐스팅돼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편도 아닌데, 오디션을 통해 실력으로 된 것이니까요. 앞서 예쁘고, 공주 역할만 하다가, 이렇게 개성 있는 역할도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일본에서 오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미녀와 야수 등의 대작에서 주인공만 맡던 그에게, ‘스위니 토드는 ‘실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도전과 다름없었다. 작품에 대한 최은실의 마음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진=오디컴퍼니

사실 주위에서 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일본에서 주연만 하다가, 한국에 와서 비중이 작으니까요. 하지만 전 그냥 무대에 서는 것이 좋더라고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연습과정은 쉽지 않았다. 거지 여인은 산발한 헤어스타일에 얼굴은 거뭇거뭇했고, 언사 역시 거칠었다. 쉽게 내뱉을 수 없는 표현과 동작은 민망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냥 거지가 아니라 사연이 있는 거지잖아요(웃음). 감정에 깊이도 있어야 하고, 심리가 너무 어려워서 책과 영상도 찾아봤어요.”

연습 과정에서 진짜 힘들더라고요. 제가 앞서 했던 역할을 너무 쉽게 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미친 사람은 제가 경험한 적 없는 모습이잖아요. 처음에는 거지처럼 분장을 할까 생각했다가, ‘내면을 채우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거지 분장과 가발을 쓰니 마음이 편했어요. 인물에 대해 잘 안 풀릴 때는 외모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방법이 있구나 깨달은 셈이죠.”

거지 여인은 전사(前事)가 없는 인물로 등장해, 다른 인물들에게 접근한다. 스위니 토드, 러빗부인 등과 마주치기도 하고 결정적인 상황에도 등장하지만, 그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최은실은 그의 감정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얼 해보자!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흔히 ‘똘끼라고 표현하잖아요. 친구들이 ‘그냥 평소대로 즐기면서 해라고 하더라고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그의 광기를 즐기려고 했어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좋고, 슬픈 감정에 집중했죠.”

최은실은 거지 여인의 분노에 더 다가가기 위해 친구의 조언대로, 컴컴한 방에서 종이를 찢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데, 최은실은 해봤는데 정말 분노가 표출되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일본에서 뮤지컬 배우로서 안정된 생활과, 주인공 자리를 이어온 최은실. 한국에서 시작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 그이기에 앞으로 어떤 무대를 내보일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마음가짐 또한 남달랐다.

연기와 노래, 발음 등 어느 것에 치중하기보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오디션도 보려고요.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하고 싶은 작품도 많아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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