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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탓하랴, 축구를 탓하랴
입력 2016-09-07 05:00 
축구대표팀은 6일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팀은 준비가 된 팀인가?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침대축구(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행위) 전략은 새삼스럽지 않다.
6일 한국-시리아와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마치고 시리아의 아이만 하킴 감독이 말한 대로 중동 국가들 머릿속엔 시간을 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중동의 기후와 더불어 침대축구 전략에 늘 애를 먹었다. 하지만 좌절한 적은 없다. 노하우 실력으로 극복했다. 중동에서 고전했다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2012년 2월 2012런던올림픽 본선 티켓 사냥 중이던 올림픽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말했다. 침대축구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준비가 잘 안 된 팀”이라고. 올림픽팀은 당시 오만의 비신사적 플레이를 딛고 런던으로 날아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빈공 끝에 시리아와 0-0으로 비긴 현재, 홍명보 전 감독의 말은 울림이 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통과할 정도로 ‘준비가 잘 된 팀일까?
슈틸리케 부임 초기, 그리고 월드컵 2차예선 중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을 테지만, 지금도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우린 유럽 A매치 원정에서 스페인에 무기력하게 1-6 대패하는 대표팀을 보며 ‘세계로 나가니 아직 멀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2실점하는 걸 보며 무실점 전승한 2차예선과 최종예선은 레벨이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시리아전을 통해선 침대축구 전략을 사용할 걸 뻔히 알면서도 극복 못 하는 준비가 덜 된 대표팀의 ‘진짜 현실을 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최종예선에 다다르기까지 과정과 결과 모두 충족했으니 ‘거품이 끼었다고 말하기엔 무리다.
슈틸리케호가 처한 현실을 알려줄 팀, 그리고 상황을 맞은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근 2년 동안 대표팀에 머물면서도 주전 포백을 확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수비 불안, 대표팀에 와서 못 뛰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랍시고 3명을 제외한 안일한 결정, 한두 명의 개인 기술에 의존하는 공격 등이 어우러진 결과가 중국전 진땀승이고 FIFA랭킹 105위 시리아전 무승부다.
지난 2경기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면 시리아전 무승부 결과는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대표팀이 2경기에서 챙긴 승점 4점은 최악이라기엔 많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선수, 전술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선수, 실수한 선수, 시리아산 침대, 운 탓을 한다면 슈틸리케호의 미래는 어둡다 할 수 있다.
다음 달에는 중국~시리아전보다 더 험난하다면 험난한 카타르(홈)~이란(원정) 연전이 대표팀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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