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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차승원, 고산자 김정호의 옷을 입다
입력 2016-09-04 10:46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던 시대,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차승원 분). 하나뿐인 딸 순실(남지현 분)이 어느새 열여섯 나이가 되는지도 잊은 채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지도에 몰두한다.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들과 나누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대동여지도의 완성과 목판 제작에 혼신을 다하는 김정호. 하지만 안동 김씨 문중과 대립각을 세우던 흥선대원군(유준상 분)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데…/‘고산자, 대동여지도


[MBN스타 최윤나 기자] 이제 어느덧 우리에게 차줌마로 익숙한 배우 차승원이 이번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나 실존 인물인 김정호를 그가 연기한다고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김정호를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다른 역사물과 다르게 잘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식민사관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많았죠. 내가 어릴 적 보던 걸 역사로 알게 되는데, 이걸 보면서 역사로 느끼는 청소년들도 있을 거고, 그건 정확히 짚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민스러운 지점들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면에 감춰진 사람 김정호의 모습은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정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목판본은 엄청나게 세밀해요. 과연 이런 걸 만든 사람이, 또 20대 이전부터 지리학이나 지도를 만든 사람인데 과연 일상적인 삶을 살았을까 싶었죠. 그래서 딸과의 관계들은 허술하지 않았을까,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굴곡을 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의 이면을 봤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허허대고 그런 면을 부각시키면 나중에 감정이 휘몰아치는 부분이 극대화 되겠다고 생각했죠.”

◇‘하이힐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좋아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기존 사극에서 맡았던 기득권이 아니라 사람 김정호죠. 역사적 인물을 따라가면서 할 수 있는 영화들을 몇 번이나 만날까, 그거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역사적 사실에서 동 떨어지면 안 되겠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도에 미쳤던 김정호를 보면서 연기에 미친 차승원의 모습도 함께 연상됐을 것 같다

사람이 어딘 가에 미치면, 더 미치게 되고, 그 미친 것 때문에 미친 걸 모르게 되죠. 그게 이제 몰입인데, 연기도 그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상력과 집중력으로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과정들이 온전한 건 아니죠. 근데 그걸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바라보냐가 문제에요. 연기도 그런 게 아닐까 싶죠.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연구하지 않은 사람보다 세밀한 게 보이고요. 그게 보이면 더 세밀해지고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나?

그냥 연기를 떠나서 잘 살아야하는 것 같아요. 뭔가 큰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는 잘 살아가는 것이, 또 그들에게 뭐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되죠.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너희도 이렇게 하라는 걸 얘기 안 하는 게 순탄한 길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이요. 멘토가 된다는 건 내가 뭘 해서가 아니에요. 그들이 보기에 그렇게 느끼는 친구가 있으면 그렇게 느낄 것이고, 거기에 대고 제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뭐라 말하는 게 그 사람에게 더 안 좋은 거고요. 그리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행착오를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거예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정호를 연기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김정호 선생님이 백두산을 일곱 번 오르고, 전국을 돌아다닌 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한편으로 생각했을 때 7번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릴 때부터 지리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 대동여지도를 가지고 한 번이라도 확인을 안 해봤을까란 생각은 들어요. 그의 호가 ‘고산자인 것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 한 번도 안 올라가봤을 까 그런 추정을 해보는 거죠. 그 이전의 지도보다 충성하지만, 유추해 보건데 그렇게 나라에서 준 지도로 편찬을 했을까, 물론 정설은 그렇지만 확인은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 차승원의 필모그래피에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떤 의미일까

한 인물을 이렇게 끌고 가는 게 별로 없었어요. 배우로서는 일 년 정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이 있었고, 관객이 어떻게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는 값어치 있는 투자이지 않았나 싶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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