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인터뷰] 송강호, ‘밀정’으로 연기한 또 다른 변주
입력 2016-09-04 10:46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분)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을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를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밀정


[MBN스타 최윤나 기자] 포털사이트에는 연관검색어라는 기능이 있다.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그 단어와 함께 찾는 단어를 나열해 놓은 것이다. 비슷한 의미로 김지운 감독을 검색하면 송강호가, 송강호를 검색하면 김지운 감독이 연상될 정도로 두 사람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연관검색어 같은 사이가 됐다.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그리고 또 다시 8년 만에 내놓은 ‘밀정으로 두 사람은 다시 뭉쳤다.

8년 후에 또 (김지운 감독을) 다시 만나면 그 8년 동안은 좀 편할 것 같아요(웃음). 20년 동안 작업을 하다 보면, 감독님 입장에서도 뭐 때문에 힘들다는 걸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죠. 저도 마찬가지로 감독님이 ‘이 장면에서는 어떤 분위기의 느낌을 원하시는 구나를 말없이도 알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세월이 주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죠.”



‘밀정은 그간 김지운 감독이 선보였던 영화들과는 다른 독특한 색을 띄고 있는 영화다. 그렇기에 송강호의 연기도 그에 맞는 방향으로 흘러갔어야 할 터. 특히나 최근 ‘덕혜옹주 ‘암살 등과도 시대상이 겹치기도 한다. 또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떠오르는 부분도 존재한다.

‘놈놈놈도 김지운 감독은 그 시대를 혼란스럽고 무국적의 상태로 봤죠. 나라를 빼앗긴 상태이기 때문에 안위와 민족에 대한 생각이 혼란스럽고, 그 시대가 그렇게 돼서 인간군상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신 것 같아요. 물론 정확한 신념을 가지고 멋지게 활동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살아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워 하신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런 시대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인물 이정출을 연기하는 것도 송강호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특히나 항일과 친일, 두 갈래에서 갈등하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어떤 길로 향해야하는 지 반문하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모호하고, 회색빛을 띄고 있는 인물로 생각했어요. 그 점에 매력적으로 와 닿았는데, 그 시대에는 좌절된 검은색, 단순한 색이라면 회색빛이라는 게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았나 싶네요. 이정출이라는 인물은 임시정부에서 일하다가 일본 앞잡이가 된 인물이죠. 앞잡이가 하는 일이라는 게 독립군, 의열단을 추적하고 그런 부분인데 그 속에서 아무래도 작전이 오가면서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갈등을 여러 단계로 겪게 되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삶의 태도를 정하며 영화가 끝나게 되는 인물이에요.”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밀정에서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갈등을 통해서 우리는 그 당시를 살아오며 ‘그럴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내적 고민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특히나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직접 이정출로 분해서 그의 감정을 느껴본 송강호는 그런 감정에 대해 누구보다 더 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

친일은 친일이고 항일은 항일이죠. 근데 이 영화의 배경이 참 이분법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물로 지나온 역사, 또 아픈 역사라서 친일과 항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간에서 활동하고 고뇌했던. 그러다가도 신념을 가지고 다시 삶의 태도를 바꾼 사람도 많았을 거고요. 그 반대도 많을 거예요. 그 시대의 수많은 혼란을 배경으로 하는 게 ‘밀정이 아닌가 싶어요.”

재미있는 점은 ‘밀정의 송강호와 ‘설국열차의 송강호 모두 기차 안에서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특별한 공통점은 아니겠으나, 그럼에도 그가 기차라는 공간에 대해서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설국열차에서 저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밀정 이정출은 안에 있고 싶어 했죠. 그런 점에서 다르고, 기차라는 공간은 좀 영화적으로 영화적인 공간 같아요. 감독님들은 좁고 기다란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고요(웃음). 대지 위에서의 샷도 좋지만, 좁고 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모습을 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배우로서도 쫄깃한 재미가 있고요. 기차는 달리고 있고, 공간이 주는 시공간의 지점이 영화적인 공간 같아요. 그래서 기차자 많이 등장하지 않았나싶죠.”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간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송강호가, ‘밀정으로 다시 한 번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의 앞에 선다. 최근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보여 졌던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다시 한 번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송강호가 맡은 이정출이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다뤄졌던 그 시대의 캐릭터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 속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대만족해요. 어떻게 보면 새롭고 새로운 형식의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낯설 수는 있어도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 거예요. 그래서 더욱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