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의 `무당 연기`에 미끼 물고 잡힌 지명수배자
입력 2016-09-01 16:44 

사기와 절도 혐의로 도피행각을 벌이던 지명수배자가 경찰의 ‘무당 연기에 속아 검거됐다.
서울은평경찰서는 지난 2년간 현금과 차량 등 총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속여 가로채거나 훔친 혐의(사기·절도 등)로 서 모씨(43)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서 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전남 완도, 강원 평창, 경북 구미 등 전국을 배회하며 배달원으로 취업한 뒤 배달용 오토바이를 훔치는 가하면 강원도 평창의 스키매장 종업원으로 취업해 회사 돈을 횡령하는 등의 범죄 행각을 저질러 왔다.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대포폰을 사용해 철저하게 신분을 숨긴 채 도피행각을 벌인 서 씨에게 경찰이 건 지명수배는 10건에 달했다.
경찰은 서 씨가 도피 중에도 무속인들과 함께 일을 하며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점에 주목했고, 한 유명 무속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서 씨가 작성한 구직 게시글을 확인했다. 서 씨는 해당 커뮤니티에 함께 일할 보살님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경찰은 산신께 기도를 드리고 있어 통화가 어렵다”, 삼춘(무속인을 도화주는 사람) 일을 얼마나 하였는가?”, 보시(급여)는 넉넉하게 준다” 등의 전문 용어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미끼를 던졌다.
경찰의 무속인 연기에 속아 넘어간 서 씨는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그가 만난 사람은 그를 좇던 경찰관이었다. 결국 경찰에 제 발로 찾아 온 꼴이 된 서 씨는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됐고, 서 씨의 2년 여 도주 생활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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